게재일 | 2015-07-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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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 더불어숲 |
2015 만해문예대상 수상 소감
만해(萬海) 상(賞)과 같이 실제 인물의 실명을 상명(賞名)으로 하는 경우에는 다른 상과 달리 수상자의 부담감이 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2015년 만해 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적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상이란 수상자가 그 상의 빛을 더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누를 끼쳐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일생을 평가하는 준거로서 그 사람의 삶에 그 시대가 얼마나 함축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평가의 잣대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만해는 새삼스레 그 생애를 재조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준거로 볼 때 그 시대를 정직하게 살고 가신 분입니다. 그 시대의 모순과 아픔의 한복판을 오연히 걸어가신 분입니다.
이번의 수상은 나로서는 기쁜 것이기보다는 상처가 되살아나는 아픔이었습니다. 행여 모순의 현장과 아픔의 유역을 비켜가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상을 받기보다는 벌을 받는 것으로 일생을 끝마치려고 하고 있기도 합니다. 벌을 받고 떠나는 삶이 우리시대의 수많은 비극의 사람들에게 그나마 덜 빚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반성과 아픔을 다스릴만한 세월이 내게 남아 있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만해 당시와는 엄청나게 변해버린 오늘의 현실이 낯설기까지 합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민족모순과는 달리 냉전시대의 남북분단 이라는 민족모순은 그것의 구조에 있어서도 판이하고 또 그 모순에 대한 사회적 인식마저 판이합니다. 만해를 역사속의 과거인물로 맞이하는 것이 만해 상의 참뜻이 아니라면, 만해를 오늘의 현실 속으로 생환하는 일이 만해 상의 참 뜻이라면 나로서는 수상 자체가 또 다른 의미에서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의 최고치는 나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불러와서 치열하게 추체험하는 일일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조감하는 계기는 결코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만해 상 수상을 계기로 세월과 함께 무디어진 그동안의 생각들을 다시 한 번 서슬 푸르게 벼르는 계기로 만들어 갈 것을 다짐합니다.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나한테 알려주지 않고 심사 자료를 정리하고 제출하는 등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학교당국과 동료 교수께 감사드립니다.
신 영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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