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정호승·이지상이 한 무대에
오마이뉴스 2007.05.12
철학자와 가수가 함께 하는 '나팔꽃 콘서트'...18일 불교문화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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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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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넘는 긴 영어생활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하여 감옥 바깥의 우리를 향해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비를 함께 맞는 것"이라 당당히 말할 수 있었던 사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더불어숲>의 저자 신영복(성공회대 석좌교수).
민감하고, 섬세한 촉수로 읽어낸 세상사 슬픔과 아름다움을 정련된 언어에 담아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의 시집을 펴낸 정호승 시인.
역사와 그 역사 속 사람들 속으로 기꺼이 스며들어 '마취'로서의 노래가 아닌 '자각'의 목소리가 가진 힘을 보여준 싱어송라이터 이지상, 여기에 가수 한보리까지.
이들 넷이 의기투합해 즐겁고 의미 가득한 사고(?)를 친다. 오는 18일 오후 6시 서울 조계사 경내 불교문화역사박물관에서 공연을 여는 것. 이름하여 '다달이 여는 나팔꽃 콘서트, 그 두 번째 이야기'다.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이지상은 얼마 전 TV에서 티베트의 풍물과 사람들을 찍은 다큐멘터리를 봤다고 한다. 거기서 만난 한 젊은이. 그는 손과 무릎은 물론 이마까지 땅에 대고 한없이 자신을 낮추며 몇 날 며칠을 오체투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광경이 '진리는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다'는 새삼스런 깨달음을 줬다고 한다.
그 깨달음 탓이었을까? 두 번째 나팔꽃 콘서트의 부제는 '소를 찾아서'다. 우리가 가끔 접하는 불화(佛畵) 중 심우도(尋牛圖)라는 것이 있다. 진리를 찾아가는 인간의 고행을 동승(童僧)이 잃어버린 소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묘사한 그림들.
신영복과 정호승, 이지상과 한보리 모두 이날만은 어린 중이 되어 이제껏 찾지 못했던 소(=진리)를 관객들과 함께 찾아 나설 요량인 듯하다. 철학자와 시인, 가수들이 찾고 있는 진리는 과연 어떤 형태를 띄고 나타날 것인지 궁금하다.
이날 신영복 시인은 한 소주회사 로고로 사용돼 더욱 유명해진 글씨 '처음처럼'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고, 정호승 시인은 '시인 집중탐구' 코너를 통해 시와 노래에 관한 평소 생각을 관객들과 나눈다.
엄연히 콘서트이니 만치 마련된 노래 선물도 당연히 많다. 이지상은 정호승의 시에 곡을 붙인 '청량리역' '맹인수녀'를 부르고, 한보리 역시 5월 광주민중항쟁 직후 씌어진 시 '개망초 꽃'에 곡을 붙여 노래한다.
'정호승이 말하는 신영복'과 '신영복이 말하는 정호승' 코너는 특별히 주목해 볼만하다. 철학자와 시인의 정신적 편력, 그 한 대목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의 연주는 이수진, 정은주, 박우진 등이 맡았다. 연출은 오정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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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이지상.ⓒ 이지상 홈페이지 |
<오마이뉴스 - 홍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