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일 | 2007-0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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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 문화일보 최현미기자 |
문화일보| 기사입력 2007-02-08 13:59 | 최종수정 2007-02-08 13:59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으로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처음처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인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의 글이다. 읽는 이의 마음 가는 대로 시로 읽어도 좋고, 잠언으로 읽어도 좋은 글이다.
신 교수는 이 짧은 글속에 삶이란 그저 수많은 처음이라는 것, 숱한 역경을 견디며 순간 순간을 처음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처럼’이라면, 사람들은 흔히 소주를 떠올린다. 모 소주의 이름으로 신영복 교수가 쓴 제호 글씨와 그림이 그대로 사용됐기 때문이다.(그는 원작료 1억원을 성공회대에 전액 장학기금으로 기부했다.) 하지만 조금 어깃장을 부려본다면,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스트레스와 함께 마시는 소주와 신영복 교수의 잠언 ‘처음처럼’이 그리 멀기만 한 것 같지는 않다.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야 때로는 힘들고, 짜증나도 그냥 그 한잔에 마음의 덩어리를 털어버리고, 그렇게 매일 매일 수많은 처음들을 만들어가는, 때로는 만들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책에는 ‘처음처럼’같이 삶에 대한 사색을 담은 짧은 글 172편을 엮어놓았다. 저자의 그림 152컷과 글자 36점도 함께 실었다. 신영복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글과 그림들을 죽 훑어보면, 그리 특별나고 폼나는 별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쪽이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는 사실보다 더 따뜻한 위로는 없습니다”(야심성유휘), “우리는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으로 살아갑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삶의 연쇄속에서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사제)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더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나무의 나이테)처럼 말이다.
하지만 항상 작은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는 법. 그는 짧은 글속에서 인간과 사회를 진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무엇인가에 쫓기듯 뒤돌아볼 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돌이켜 보면, 서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작은 약속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와 그림들은 사실 많은 사람들의 앨범에도 꽂혀 있는 그림들입니다. 독자들은 각자 자신의 앨범을 열고, 자신의 그림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책은 그런 공감 의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실린 글들은 짧다. 글이란 아무리 부연 설명해도, 다 담을 수 없는 부족한 그릇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짧은 글’에 대한 저자의설명이다. 글이 짧은 만큼, 행간에서 피어오르는 이야기를 듣는기쁨도 있고, 여백을 채우는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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