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독서가의 필독서는 신영복 교수의 ‘담론’이라는 책이었다. 사색하는 교수라는 칭호에 걸맞게 엮어 나간 이 책은 고전, 특히 동양의 그것이 현대에 주는 교훈을 심도 있는 성찰로 풀어내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얻어냈다.
▶통혁당 사건으로 20년이 넘게 감옥에 있는 동안 그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글을 통해 점차 깊이 있는 내면을 글로 표현해 감동을 선사했고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등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지성이 무엇인가를 알게 해주는 훌륭한 교과서였다. 그저 흥미로 흘러 읽어가는 그런 책이 아니라 심미안이 있는 양서였다.
▶그의 이런 성찰은 어디에서 왔을까. 오랜 감옥생활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갖고 깊이 고뇌하며 의미를 찾은 데서 온 정신세계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무엇이 지성인지를 가르쳐 준 그의 저서들은 사후에 더욱 빛날 것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후학들과 지인들이 추모의 밤 행사를 열었다. 대학 강의를 마감하고 그동안의 강의를 ‘담론’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을 마지막으로 투병생활 끝에 피부암으로 생을 마감한 그의 생은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지성이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고전의 바다를 마음껏 유영하며 그것을 현대적 맥락으로 읽어낸 지성이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지성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게 된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