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함께읽기][소개]인간 신영복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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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6-08-16
미디어 헤럴드경제 이고운기자

`신영복 함께읽기`- 돌베개刊
정년퇴임 기념 지인 60명이 발간
생애ㆍ사상ㆍ인간적 면모 등 다뤄


"역사라는 석각장이는, 신영복이라는 석재를 현대사의 집을 짓는 데 써먹지 않았다. 쓸모없다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맞지 않는다며 그이를 20년 넘게 야적장에 방치했다. 그런데 신영복은 놀라워라, 거기서 스스로를 다듬었다. 현실운동의 징이 아니라 성찰과 사색이라는 준엄한 채찍으로 자신의 모난 부분을 쳐나갔다. 석각장이가 쓸모없다 여긴 돌이 훗날 주춧돌로 쓰였다. 어쩌면 역사의 신은 신영복을 이토록 요긴하게 쓰기 위해 그 긴 세월, 그이를 가둬놓았는지도 모른다." 

따사로운 감성으로 뭉근한 울림을 배달하는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신영복 함께 읽기`(돌베개)가 출간됐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 60여명이 필진으로 참여해 `신영복 통독`에 도전했다.

사형을 구형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선고의 순간에 최대한 의연한 척하려 했지만, 눈은 판결문을 읽는 판사의 입으로 갔다 한다. 무기징역이라 말하려면 입이 삐죽 앞으로 나오고, 사형이라 말하려면 입이 옆으로 찢어지는데 그 짧은 순간에 입이 삐죽 튀어나오기를 간절히 바랐다는 것이다. 가입한 적도 없는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여섯 번이나 판사의 입이 `옆으로 찢어지는` 것을 본 20대 청년 신영복의 심정은 어땠을까. 다행히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그는 20년 20일 동안 감옥에서 `썩고`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그러나 씨앗을 감싼 과육이 썩은 후에야 새싹이 올라오듯, 그의 사유도 이때부터 정련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 등 그의 대표 저서도 감옥에서 발아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TV 프로그램 촬영을 마치고 스태프가 교문을 벗어날 때까지 지켜보던 그의 인간됨을 보며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를 떠올렸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소주 `처음처럼`의 제호에서도 만날 수 있는 그의 필체를 "대합조개가 진주를 닦아내는 아픔의 결실과 같은 것"이라고 평했다.

그의 생애와 사상을 쉽게 해석한 글과 스승, 제자, 친구, 선후배 등 지인이 말하는 `인간 신영복`도 수록됐다. 그의 글씨체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글꼴 `엽서체` 개발에 참여한 김민 국민대 교수의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그의 삶 곳곳에 뿌리내린 나무 여러 그루를 훑고 나니 그들과 더불어 이룬 신영복이라는 큰 숲의 한 자락이 슬며시 보인다.

<헤럴드경제 - 이고운 기자(cca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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