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일 | 2016-01-21 |
---|---|
미디어 | 전북일보_김은정 |
신영복 선생님과 전주
김은정
2005년 봄날이었다. 전주 한옥마을의 작은 음식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와 전국 각 지역에 살고 있는 15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이 만나는 자리. 처음 다소 낯설게 보였던 분위기는 금세 바뀌었다.
장기수 할아버지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역사를 살아오면서도 민족 앞에 부끄럼 없이 살아온 신 교수를 만나니 반갑다”며 그를 맞았고, 신 교수는 “징역 20년으로는 명함도 못 내미는 자리”라며 어려운 시대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사상을 지켜가는 장기수할아버지들의 험난한 삶에 경의를 표했다.
이날 만남은 신 교수의 전주 초청강연에 맞추어 5.18동지회가 주선한 자리였다. 장기수 할아버지 중 신 교수를 특별히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김찬호 할아버지였다.
신 교수는 1968년 통혁당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한지 20년 6개월, 1988년 8월 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는데 복역 마지막 시기인 2년 6개월을 전주교도소에서 보냈다. 그때 전주교도소에서 2년 동안 신 교수와 같은 방을 썼던 할아버지는 1년 정도 먼저 출소했다. 18년만의 만남은 그래서 더 각별했다. 할아버지는 교도소 안에서도 항상 책을 지니고 있었던 신 교수를 책 많이 읽고 사색 깊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신 교수에게 전주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좀체 외부 강연을 하지 않던 그가 독자들의 열망을 더 이상 밀어내지 못하고 지방강연에 나섰던 그해에도 전주 강연은 첫머리에 있었다. 그즈음 ‘신영복 읽기’는 전국적으로 번졌었다. 신 교수가 인터뷰로 전해준 전주에 대한 기억이 있다.
“전주교도소 정문 바깥의 눈부신 햇빛과 가족친지들의 반가운 얼굴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교도소에서 곧바로 향했던 서해안 바닷가 그리고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의 질주. 그래서 전주는 늘 설렘으로 남아 있는 공간이지요.”
신교수는 전주를 인간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도시로 꼽았다.
“사회는 쉽게 바뀌지 않지만, 인간미 넘치는 사회로 바꾸기 위한 모델이 필요합니다. 전주가 그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전주를 외부로부터의 변화 대상이 아닌 우리의 자부심을 방어하는 ‘작은 숲’으로 만들어 가면 좋겠어요. 인간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모습으로 말이죠.”
이 시대의 스승 한분을 잃었다. 어지러운 시대, 그 빈자리가 더 크다. 그래서인가. 선생이 떠나신 후 다시 ‘신영복 읽기’가 번지고 있다. 다행이다.
분류 | 제목 | 게재일 | 미디어 |
---|---|---|---|
기고 | 희망의 언어 碩果不食 -‘NEWS+’1998.9.24 | 1998-09-24 | NEWS+ |
대담/인터뷰 | 풀잎처럼 어깨 동무해 살고픈, 우리시대 선비 신영복_오숙희 | 1996-05-01 | 참여와 연대 격월간지 '참여사회' |
대담/인터뷰 | 통일혁명당사건으로 20년 만에 가석방된 신영복씨 | 1989-11-01 | 사회와 사상(한길사) 통권 제15호 |
기고 | 통일 그 바램에서 현실로 - 1995 경실련 총서 5 | 1995-01-01 | 경실련 총서 |
기고 | 책은 먼 곳에서 찾아 온 벗입니다 - 중앙일보 2011.01.01. | 2011-01-01 | 중앙일보 |
기타 | 책[이용훈의 내 인생의 책](1) 엽서 - 경향신문 2014.10.20 | 2014-10-20 | 경향신문 |
대담/인터뷰 | 진정·겸손하게 실천하면 사회모순 치유된다 - 경향신문 2008.4.1. | 2008-04-01 | 경향신문_조호연사회에디터 대담_오동근기자 |
대담/인터뷰 | 진보의 연대, 명망가 중심 뛰어넘어야"_씽크카페컨퍼런스 | 2011-04-27 | 오마이뉴스_하승창 |
기고 | 지식의 혼돈 - 중앙일보 2001.9.21. | 2001-09-21 | 중앙일보 |
대담/인터뷰 | 지배구조 고착으로 과도한 대립·갈등 표출 - 손잡고더불어.돌베개.2017수록 | 2006-09-29 | 경향신문 '창간60주년 특집 대담' _이대근대담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