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일 | 2018-0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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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 중앙일보 허진 |
문재인과 성공회대 사람들…정해구·탁현민 그리고 신영복
[중앙일보] 입력 2018.03.23 13:30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는 많은 우군이 포진해 있다. 청와대와 내각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학계, 재야에도 자타가 공인하는 ‘문재인 사람’이 상당하다. 그중에서도 성공회대 인맥과 문 대통령의 인연이 최근 조명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정치학) 교수다.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잇따라 중책을 맡았다.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에 연이어 위촉됐다. 특히 최근엔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문재인표 개헌안’의 밑그림을 그렸다.
문 대통령과 정 교수를 모두 잘 아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에게 문 대통령이 정 교수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는 이유를 물었다.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 분은 절대 자리를 탐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해도 다른 사람들이 시기하기 어렵다. 그리고 한 번도 우리 진영을 벗어나 다른 데를 기웃거리지 않았다. 일을 적당히 해도 될 것 같은데 밤을 새서라도 일한다. 우리에게는 재산이다, 재산.”(수도권 재선 의원)
“오랜 동지다. 사실 폴리페서 아니냐. 그런데 반질반질해 보이지 않는다. 원칙도 확고하다. 문 대통령이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충청권 재선 의원)
진보 정치학자인 정 교수는 현 여권의 정치개혁 논의가 있을 때면 늘 한가운데 있었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그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기획위원이었고, 2008년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새정치위원회 간사, 2013년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장을 지냈다.
성공회대 인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다. 공연기획자 출신인 그는 딱딱하고 건조할 수 있는 대통령의 일정에 감성을 불어넣는 인사로 통한다. 활동반경도 의전비서관실 본연의 업무를 훌쩍 뛰어넘는다. 탁 행정관은 22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서 열리는 한국 예술단의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성공회대를 졸업한 그는 다음기획 등에서 일하며 공연기획 전문가가 됐고,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논객으로 유명세를 탔다. 가수 윤도현씨와 방송인 김제동씨가 성공회대 동문이 된 것도 탁 행정관과의 인연이 작용했다고 한다.
탁현민, 노무현 추모 공연 흥행시키며 인연
탁 행정관과 문 대통령의 인연이 시작된 건 9년 전이다. 2009년 6월 성공회대에서 열린 ‘노무현 추모 콘서트’를 탁 행정관이 기획했고, 이를 눈여겨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그에게 노무현재단 창립 기념공연 등의 기획을 맡겼다. 행사가 흥행에 성공하자 문 대통령 역시 그를 마음에 두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 특히 가까워진 계기는 2016년 6월 히말라야 트레킹 때였다. 탁 행정관은 양정철 전 비서관과 함께 거의 한 달 동안 문 대통령 곁을 24시간 지켰다.
정해구 교수가 '문재인 정치'의 알맹이(정책)를 채우고, 탁현민 행정관이 그걸 포장(홍보)하는 역할을 한다면 문 대통령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준 이는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란 평가가 나온다.
신 교수는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공개 연설에서 “존경한다”고 표현한 몇 안 되는 사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직전 열린 리셉션 행사에서 “제가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 선생은 겨울철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것을 정겹게 일컬어 ‘원시적 우정’이라 했다”며 “세계 각지에서 모인 우리들의 우정이 강원도의 추위 속에서 더욱 굳건해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간 옥살이를 한 신 교수가 쓴『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인용한 것이다.
당시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문 대통령이 기념 사진을 촬영한 배경판도 신 교수의 서화 ‘通(통)’과 이철수 판화가의 한반도 작품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 교수 1주기 추도식 때는 “선생님 뜻대로 많은 촛불들과 함께 더불어 정권 교체하고 세상을 꼭 바꾸겠다”고 다짐한 적도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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