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의 내 인생의 책]②나무야 나무야 – 신영복
주철환 | 서울문화재단 대표
입력 : 2018.04.03 23:22:00 수정 : 2018.04.03 23:22:23
ㆍ마음속의 나무
아들의 방 옷장 위에는 몇 개의 동물인형이 있다. 헤어진 누군가로부터 받은 선물들이다. 아들은 치울 생각이 없는 듯하다. 미련이 남은 것인가?
슬쩍 한번 떠봤더니 답변이 참신하다. “인형이 무슨 죄가 있어?” 그 ‘실용적’ 답변이 넉넉하게 들린다. 하기야 지금 없앤다고 과거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아들의 방에는 책들도 동거한다. 마침 4월이고 내일은 식목일이다. 신영복 선생의 <나무야 나무야>를 꺼내든다. 삼일절에 유관순 누나가 생각나듯 식목일엔 신영복 선생이 떠오른다. 올해는 선생이 감옥에 간 지 50년, 거기서 나온 지 30년 되는 해이다(시의성 챙기는 건 방송인 출신의 주특기). 감옥에서 20년이나 보냈지만 그는 복수심으로 이를 갈지 않았다. 오히려 먹을 갈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불후의 명작을 썼다.
선생은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고 나무를 키워 숲을 이루었다. 그 숲의 향기가 무성하다. 그가 지은 <더불어 숲>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반(半)은 절반을 뜻하면서 동시에 동반(同伴)을 뜻합니다.” 모진 곳으로부터 받은 ‘선물’치고 고상하지 아니한가.
한때 불길하다 여겼던 (4자가 겹친) 4월4일이 지나면 식목일이다. 다음주 13일의 금요일이 지나면 곧바로 14일의 토요일이 온다.
낮과 밤이 혼재한 직장에 매여 집에도 못 오는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아들아 아들아. 젊음은 죄가 없다. 안 보인다고 미래가 없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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