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안연편(顔淵篇)에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政者正也)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무엇을 바르게 하는 것이 정치인가. 뿌리(本)를 바르게 하는 것이 정치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뿌리란 무엇인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이 뿌리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오히려 사람을 거름으로 삼아 다른 것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정치가 해야 할 일의 전부입니다. 엽락(葉落) 체로(體露)에 이어 뿌리를 바르게 하는 정본(正本)과 뿌리를 거름하는 분본(糞本)이 곧 정치의 근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은 다른 어떠한 가치의 하위(下位)에 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의 애정과 신뢰 그리고 저마다의 역량을 키우는 것은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정치(政治)란 그 아름다움을 완성해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