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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3.03.29 13:44

내 마음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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뚤레 뚤레 기웃거리기를 얼마였던가.

아주 작은 위로라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로 둘러보고는 하지만, 밖을 향한 큰 외침들 아니면 그럴듯한 아름다운 말들, 일테면 자신의 내면에 꾹꾹 눌러놓았던 아픔이나 바람들 그리고 어떤 절절함을 토로하지 않으면 자신이 못 견딜 것 같은, 그로 인해 읽는 이로 하여금 뭉클함과 뜨거움을 전해주는, 자신의 삶의 무게가 담겨있는 사연들이 아닌 그저 그렇고 그런 비누방울 같은 말들만 만나고 돌아오고는 했다.

아주 작은 위안이라도 찾지 못하면 내가 무너질 것만 같아 이곳을 들러보지만, 청명한 휴식과 또 그런대로 이 세상에서 버텨낼 수 있는 고요한 힘들을 만나지 못하고 나의 책으로 돌아오고는 한다. 그러면서 나를 탓한다. "별 노력 없이 다른 이로부터 위안을 얻으려 했나부다. 그래 그런 건 스스로 찾아야 하는 건데, 잠시 헛것에 흔들렸던 거야"

왜 그럴까?  어느 곳에서도 사람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마다 똑똑함과 명석함들을 갖고 있건만 왠지 그런 것들이 근본에 닿아 있지 못하거나 다른 이의 가슴을 울리지 못하는 듯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무얼까. 아마 이는 우리의 삶이 허방위에 놓여 살고 있는데서 비롯되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이 엇나가거나, 내 안에 세상이 들어와 있지 못하면서 세상을 향한 외침은 마냥 크기만 한 것이 아닌지.

순간 순간을 정직하게, 근본적으로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거라 믿었고, 이 생각은 죽을 때까지 놓지 않을 거다. 그러나 요즘 이런 삶이 약간 흔들렸다. 그래서 여기를 찾아와 그렇게 살고 있을 또 다른 '나'를 만남으로 해서 힘을 얻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또 다시 돌이켜보건대 나 스스로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청명한 휴식'같은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로 하여금 이를 얻고자 했던 것이 어쩌면 병일 수도 있고 지독한 이기주의라는 생각이다.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이 신비하고 존엄하며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우며, 그들로 인해 내가 이렇게 있을 수 있음을 늘 자각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까닭 모르게 흥얼흥얼거렸다. 학교에 와보니 나무도 산도 모두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햇빛의 따듯한 간지름에 어떤 장사라도 누가 당해낼까 싶었다. 딱딱한 흙을 제쳐내고 솟아오르는 새싹들과, 이제 막 어미 품에서 세상구경을 나오려는 호기심으로 가득찬 눈을 가진 병아리 마냥, 고개를 디밀려는 듯한 나뭇가지들의 재잘거림들이 온산에 넘쳐나서 그 기운에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내 마음에 세상이 들어와있고, 내가 세상이고 세상이 나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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