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 길
숲 사이에 길을 낸 사람은
길에 대해 오래 생각했을 것입니다
길을 낸다는 것은
나뭇가지와 덤불과 풀잎들을
싹뚝
잘라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히 봄에는 며칠만 발길을 끊어도
곧 길이 사라지려합니다
땅속으로? 하늘로?
아니 다른 숲에서 길로 떠오르겠지요
길이 도로가 되고
씨앗을 품을 줄 모르는 아스팔트가 깔리면서
우리는 더이상 길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풀과 나무와 덤불이 자랄 근거를
완전히 없앤 저 아스팔트는 이미 길이 아닙니다
아스팔트 위에서 우리는 길에 대해서라 아니라
목적지에 대해서만 생각합니다
길을 걷고 싶습니다
길에 대해 가장 오래 생각하는 사람은
나무가지를 싹뚝자르며 손끝에
아픔을 느끼는 사람
덤불을 걷어내며 가슴 속에 막자란
덤불도 걷어내는 사람입니다
길 위에서 길을 생각하고 싶습니다
김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