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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투경찰로 군생활을 했습니다. 시골의 작은 경찰서였죠. 특별히 사건 사고가 많은 곳이 아니니 책 읽을 시간이 충분했습니다. 아마 제대하고 나서 지금까지, 그 시절만큼 책을 읽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운이 좋았죠.

아무튼 경찰서 앞에 있는 서점은 외출을 할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었고, 고참이 되어서 외부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되자 근무시간을 빼놓고는 거의 살다시피 했습니다. 서점 주인하고도 호형호제하면서 친해졌고요.

그 서점에 처음 들렀던 날,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도시의 큰 서점들은 손님이 오든 말든 자유로운데 여기는 이 책 저 책 뒤적이고 있으니 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다가와 "특별히 찾는 책이 있으세요?"라고 묻는 겁니다. "그냥 보러 왔어요"라고 하기가 미안해 순간적으로 생각해 낸 대답이 "제가 찾는 책이 없네요..." 였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무슨 책인데요?"라고 묻는 겁니다. 아뿔싸...... 무슨 책이든 이름을 대긴 해야 겠는데, 참 난감하더군요.

그럴 때는 이 우둔한 머리도 잘 돌아가나 봅니다. 순간적으로 이미 절판된 책을 말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엽서'라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서 엽서가 절판된 사실을 알고 있었걸랑요. 그러자 그 주인, "누가 쓴 엽서를 말하시죠?"라고 묻더군요. "신영복 선생님의 '엽서'요...."

주인 아저씨 얼굴이 환히 밝아지더니, "저도 그 책을 소장하고 싶었는데..."하면서 아쉬움으로 말을 흐르더군요. 물론 저는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혹시나 그 책이 있었더라면..... 그때 저는 빈주머니였거든요.

그날 이후 아저씨와 '서로 말이 통하는 사이'임을 알게 됐고, 우리 둘 다 '루쉰'을 좋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그 서점은 저 개인에는 '대여점'으로 바뀌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제가 찾아보면 무척 반가워 하면서 잠시라도 더 붙잡아 두려고 하셨죠.

그러던 어느날...... 내무반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기쁨에 들뜬 아저씨 목소리, "서울에 가서 엽서 두 권을 사왔다"는 겁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출판사에 직접 가서 사왔다던가, 도매상을 완전히 뒤졌다던가, 아무튼 볼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간 김에 수소문을 해서 어렵게 두 권을 구했다고 합니다.

제가 있던 곳은 남쪽 바닷가 마을입니다. 서울에까지 가서 책을 구해왔다는 소리에 고맙기도 하고, 참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오더군요. 아무튼 한 번의 말실수(?)로 아저씨와 저는 사이좋게 '엽서'를 한 권씩 가졌고, 지금도 엽서는 제 책꽂이에 자리를 튼 책들 중 가장 아끼는 책으로 꼽힙니다.

휴가를 나와서 여자 친구에게 '엽서'를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제 아내이자, 제 딸의 엄마가 되었죠. 어젯 밤에는 학생들 교재로 신영복 선생님의 글 몇 개를 골라보려고 엽서를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읽는 것보다, 신선생님의 필체를 느낄 수 있어, 특히 아름답고도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듯한 그림을 보는 재미는 어디에도 비할 수 없어 저는 "엽서"를 아낍니다.




**** 오늘 새벽에 글 올린 12월 19일과 2월 19일의 문제는, 2월 19일이 맞는 듯 합니다. 당시 왜 신선생님이 12월 19이라고 쓰셨는지는 참 의문이네요. ^^ 편지 부치려다가 펜이 잘못 그어진 건지.... 나중에 뵈면 여쭤봐야겠네요. 원래 엽서에 12월 19일로 되어 있던 것을 2월 19일로  옳게 고친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맞네요.
>영인본 <엽서>엔 12.19만 적혀있는데, 편집 순서상 79.12.19인데,
>돌베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증보판엔 80.2.19로 바로 잡혀있네요.
><엽서>에는 한문시만 적힌 걸 증보판엔 친절한 해설까지 추가된 걸 보면,
><증보판>을 따른 홈페이지에 올라온 날짜가 맞는거 같습니다.
>곽대중 나무님 덕분에 이 편지를 다시 읽어봤네요~^^
>
>책을 상당히 세밀하게 읽은신 거 같은데,
>혹시 이거 아세요?
><엽서>에 빠진 편지 글이 햇빛출판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돌베개출판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증보판에 실려있다는 걸....
>
>그리고 4년만에 홈페이지를 찾으셨다니 더욱 반갑습니다.
>앞으론 자주 뵐 수 있겠죠? ^^
>
>>
>>찾아볼 자료가 있어서 4년만에야 이 홈페이지에 찾아왔습니다. 그때는 주소가 달랐던 것 같은데, 아무튼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좋습니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실린 편지글중 "우수, 경칩 넘기면"이라는 제목아래 아버님께 드리는 글이 있습니다. '그간 어머님, 아버님께서 강령하시오며 가내 두루 평안하시리라 믿습니다'로 시작하는 글 말입니다.
>>
>>이 홈페이지에 보니 그 편지를 쓴 날이 1980년  2월 19일 이라고 되어 있는데, 신영복 선생님의 편지가 원본으로 인쇄된 '엽서'라는 책에는 12월 19일 대전에서 라고 되어 있습니다.
>>
>>사실 글의 내용을 보면 '오늘이 우수, 경칩을 넘기고나면 헛간에 누운 농구도 손질하고...'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2월 19일이 맞을 법도 한데, 하여간 원문에는 12월 19일이라고 되어 있으니 어느 것이 맞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제 손에 지금 서적으로 된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이 없어서 책에는 날짜가 어떻게 나와 있는지 확인해 볼 수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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