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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3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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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국제학교에 다니는 10학년 서원우 라고 합니다.

학교에서 국어시간을 통해 신영복 교수님께서 쓰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이 신영복 교수님께서 20년 동안 감옥에서 쓰신 편지들의 내용들이라는 저희 국어 선생님의 말씀에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과연 이 분은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어떤 생각을 하며 편지를 쓰셨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책이 읽기 쉬웠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되겠지요. 사실 저희 같은 학생들에게는 난해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평소에 책 읽기를 게을리 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살다 보니 한국어로 된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단어들과 딱딱한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선생님의 사색에 감탄하며 공감하는 자신을 봤을 때 굉장히 놀랐습니다. 결국 이렇게 신영복 교수님의 그 깊은 사색에 반하여 홈페이지에 들어와 방명록까지 남기게 되었습니다.

국어시간에 책을 읽기 전, 선생님께서는 저희에게 '만약 네가 억울한 이유로 20년 동안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면?' 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시켰습니다. 감옥에 갇힌 이유, 20년 동안 무엇은 하였는가, 20년 후 사회에 나갔을 때 적응 할 수 있느냐 등 설정과 결말은 저희 자유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이 어두운 내용에 억울하고 결코 희망적이지 못한 결말로 글을 썼습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좀 더 어둡게 쓸 수 있었을 텐데'하며 아쉬워하기 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아마도 '감옥'이라는 어두운 이미지와 '과연 20년 동안 억울하게 자유를 박탈 당하고도 제정신일 수 있는가?'라는 의문과 뉴스를 통해 본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보았기 때문일 것 입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신영복 교수님께서 ‘아무렇지 않았다’라는 사실에 조금 충격 적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혹시 성인군자라는 억측을 내놓기도 하더군요. 아무튼 저희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만, 책을 다 읽고 나니 그제서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년이라는 세월을 누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가 되어 남을 가르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쓰는 교수님의 행동에 다시금 무한한 존경을 표합니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저는 굉장히 만족합니다. 매 편지마다 다른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실 수 있으셨다는 것에 부러워했습니다. 부끄럽게도 저 역시 가끔 사색에 잠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지 다른 누군가와 그것에 대해서 소통하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을 때에는 그러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남의 생각을 알 수 있고 그것에 대해 간접적으로나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좋았습니다. 책의 내용 중 저 또한 공감하는 것을 발견 했을 때는 매우 기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드디어 나와 같은 동류를 만났다는 반가움과 감히 내가 이분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우쭐함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굉장히 어려웠지만 그건 제가 아직 생각이 짧거나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이 책을 다시 보고 지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 까기 모두 이해하고 마리! 라는 스스로의 목표를 세워 보기도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저희에게 매번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 2편에 대해 글을 쓰라고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는 각자가 나름대로 생각한 가장 인상 깊은 편지에 대해 글을 씁니다. 그 편지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과 함께 씁니다. 그럴 때 마다 만약 신영복 교수님께서 우리 같은 햇병아리들의 생각을 듣고 어떠실지 생각하면 굉장히 창피하고 부끄러워 집니다. 해석이 맞고 틀리고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는 압니다. 그러나 어찌 감히 참새가 봉황의 뜻을 알겠습니까. 적어도 교수님과 같은 긴 세월을 살아야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싶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교수님의 필체와 그림솜씨가 굉장히 부럽습니다. 아마 저의 필체와 그림솜씨가 형편없기 때문이겠습니다. 수업 중에 학교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교수님에 대한 일화를 얘기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소주 중에 ‘처음처럼’이라는 소주병에 적혀있는 ‘처음처럼’이라는 글씨가 교수님께서 직접 쓰신 거 라고 들었을 때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언제 한번 제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중에 ‘배식’이라는 그림을 가지고 반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제가 가진 최대한의 지식으로 그 그림에 대하여 해석을 했었습니다. 그 때 발표를 할 때에 저는 왠지 기뻤습니다. 그림 속에 숨겨져 있는 교수님의 의도와 생각을 제 스스로 발견해 그것을 교수님의 대리로 다른 사람들에게 대신 ‘호소’하고 있어 마치 20년간 감옥에서 계시는 당시의 교수님의 대변인이 된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글을 적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게 글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 즐겁고 보람찬 일인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신영복 교수님께서 20년간 감옥에서 계실 때, 교수님이 교수님의 가족에게 매 장마다 편지를 쓰실 때도 이런 기분으로 쓰심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부모님에게 편지 쓰는 일은 아마 교수님께는 유일한 즐거움이자 20년간 감옥이라는 답답한 장소에 있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게도 분명 제 삶의 의미를 주는 일이 있을 것 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저는 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되돌아 보게 되었고, 없다 한들 언젠가는 할 수 있는 나만의 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은, 저에게 크나큰 조언을 해주었고, 기쁨을 주었으며, 제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게 해준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2011-05-31 서원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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