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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전 집사람과 동네 조개구이집에서 한잔 하고 들어 왔습니다.
(난 조개구이가 별로인데 집사람이 인천 송도사람이라 조개를 좋아합니다. 우리 동네서 친구나 후배들이 술먹으면 우리 집에 실세가  누구인지 간파하고 내가 술 사는 형편에도 조개구이집에 가자는 판입니다.)

더불러숲에 들어 왔다 님의 시를 읽었습니다.
전에도 님의 시를 읽었지만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런데 이번 시는 술이 확 깨더라구요.
님의 홈페이지에 처음 들어가 시를 훑어 봤습니다.
내공을 많이 쌓은 걸 알았습니다.

때마침 집사람과 조금전 술집에서 화제가 '상상력'이었습니다.

애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서 시작해 우리 사회의 지배계급의 문제점까지 갔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 지배계급 놈들은 상상력이 없는 식민지의 아전 같은 놈이라며 개탄을 했습니다. 착취와 포탈을 하더라도  업그레이드 없이 맨날 구닥다리 방식을 울거먹는 아주 조악한 쓰레기같은 존재라고 말입니다.

문제는 민중입니다.
그런 하찮은 지배계급을 주인으로 상대하니 본인도 천편일률적인  저항으로 대응할 뿐입니다.

결국 자기 딴에는 목숨을 걸고 온몸으로 저항해 봤자 상대가 천박한 놈이라 투쟁하는 수준 또한 천박한 환경 속에 현상유지를 벗어날 수가 없는 거죠.

결론은 우리 사회의 민중이 해야 할 일은  당사자 본연의 임무인 저항과 지배계급의 몫인 상상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것이죠.

얘기를 원점으로 돌아가
오래 전에 한용운의 세모(歲慕)란 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구절 중에

"지는 해는

쓰러지는 영웅의 모습처럼 장엄하다."

난 놀랬습니다.
지는 해를 보고
이 정도의 스케일을 피는 시인의 배포를 보고 말입니다.

흔히들 지는 해나  세밑의 감상을 보면
'안 됐다' 식의 감상이나 축 처진 자기 몰골과 비교를 하잖아요.

여기 글 남기는 문학 소년소녀들 글도 그런 유사점이 있죠.
물론 그들의 순수성은 때가 안 탔다는 것에 높이 살만 합니다.
그러나 나약함으로 자기위안을 삼으면 안되죠.

신영복선생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눈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어이구, 그렇게 고생하신 분이 여태 착한 마음을 갖고 계시네."
"능력있는 분이 당신 뜻을 못피고 순수하게 살고 계시네."
식의 연민과 존경이 같이 어우려져 있는 걸 느낍니다.

마치 세속의 풍파를 빗겨난 산 속의 도인을 만난 듯이요.
우스개 소리로 신영복선생땜에 도 닦으러 산에 가는 게 아니라 감옥가는 사람 생기겠다고요....

신영복선생이 이런 말을  한적이 있어요.
'나는 산문보다 시를 더 즐겨 읽는다.
시는 시인의 반짝이는 상상력을 볼 수 있어 좋다.
압축되고 군더더기 없는 말로 세상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제공한다.'고요.

한 예를 들은 적 있어요.
안도현님의 '너에게 묻는다'란  시인데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저는 시란

읽기 예쁘거나 아름다움에 감탄적이거나 '우리끼리 착하게 살아요'식의 자기위안적인 동시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세속적인 삶에 물든 우리의 뒤통수를 가격하는
한마디로 '우리 마음을 불편케 하는' 글도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님의 거북한 시가

단순한 자연보호시로 보이기 보다

기득권에 안착하려는 기성세대에게

자기 길을 찾아 다시 보따리 싸라는

자기반성의 처절한 경고처럼 들립니다.

>숲
>               - 똥
>
>내가 이 숲에 처음 올랐을 때
>길옆에 보이던 짐승의 똥이
>이제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더이상 내 다니는 길가에 똥을 누지 않는다
>내가 이길을 오르내리는 것을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나에게 오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말라 부스러진 똥을 보며 생각한다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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