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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노동대학 게시판에 오늘 올린 글입니다.)

어제 야근을 하는데 노동절집회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자식놈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료들은 5월 1일날이 학교 운동회가 잡혀 있단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들이 이번에는 아빠들이 쉬니깐 꼭 모시고 오고 아빠하고 같이 하는 게임도 있다고 했단다. 자식놈 보는 앞에서  달리기 꼴찌할까봐 걱정하는 동료도 있었다.

아침에 집에 오니 내일 우리집 애들도 운동회가 있단다.
학교에서 아빠들이 오라고 노동절날 일부러 잡았단다.

87년 11월 연세대 노동자집회가 내가 참여한 최초의 노동자전국집회였다. 여의도까지 행진중에 우리 집사람은 사람이 얼마나 왔나 감격겸 확인겸 연신 육교 나타날때마다 올라가 대열 끝을 확인하곤 했다.

그리고 매년 봄가을 두번씩 전국집회에 참여하고 있건만 갈수록 시큰둥해지고 있다.
천편일률적이다 보니 감동과 참여인원도 떨어지고 있다.

이와 대비해
재작년에 전교조에서 11번째로 하고 있는 어린이날 행사가 생각난다.
인천교대에서 했는데 지역주민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어떤 가족들은 도시락과 돗자리 들고 와 아이들은 행사측에 맡기고 어른들끼리 야회파티를 하는 게 많이 눈에 띄었다.
'아, 이제 이 행사가 정착화되고 계속 발전하겠구나!"라는 확증을 본 것 같았다.
어린이날 어디 가서 생고생하고 돈 날리는 것보다 본인은 조직원이 아니더라도 노조 행사에 곁다리껴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고 부모들은 친구들하고 술한잔하고 회포를 푸는 게 지역 주민(그들도 노동자이다)들에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신영복선생님이 어떤 강연에서 이런 말씀을 하였다.

"87년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 이후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한 게 '이제 우리가 활동할 공간이 열렸구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열린 제도적 공간에서 먼저 기회를 잡고 세과시를 하기 위해 다 중앙으로 몰려갔다. 한마디로 무주공산에 누가 먼저 가서 깃발 꽂냐가 당시 분파싸움의 원인이 되었다.

이것은 정세판단을 잘못한것이다.
87년의 정세는 현재 있는 대중과의 접촉공간이 열린 것이다. 그래서 당시 운동역량이 해야 할일은 대중과의 연대, 신뢰성 확보, 대중적 조직기반 확대 등  바로 자기가 발담고 있는 그 자리에서 해야할 일들이었다. 그런데 다 어디로 갔었나? 서울로 몰려가  센타를 만든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그나마 노력해서 확보한 대중들을 세과시용 동원대상으로 전락시키지 않았나?
아직도 그 관성이 지속되고 있고 이제는 한계상황에 다달은 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요새는 뭐라고 하고 다니나?
'해보니깐 안 되더라. 우리 사회는 민중들의 의식이 낮아서 다른 나라처럼 진보운동이니 노동운동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기회주의자이다.

우리가 87년이후 그동안 제대로 했으면 많은 대중적 기반을 확보했을 것이고 운동역량도 많이 성숙했을 것이다.
즉 중앙으로 몰려가지 말고 대중속으로 내려가고, 대중역량을 매번 판갈이 싸움 하듯이 집중하여 소모시키지 말고 분산하고 축적을 했더라면 지금 우리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만큼 힘을 키웠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올라갈려 하지말고 내려가고 몰려다니지 말고 착실히 기반을 키워라."

시작은 가장 잘 나간 이후 갈수록 줄어들고 자식놈 운동회에까지 조직동원을 뺏기는 노동자집회와 십몇년간을 구박과 무시를 당하면서도 지금은 지역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은  전교조 어린이날 행사가 왜 신선생님 말씀을 떠 올리게 하는지....

난 내일 어디로 가야하나?

메이데이 티셔츠 입고 아들내미 운동회로 가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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