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지내고 있는 고시원의 화장실 변기는 재래식입니다.
오늘 큰 일을 치르러 화장실에 갔는데 두 개 다 막혀 있는 파국이 일어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집에 와서 변을 치루었죠.. ㅋㅋ 고시원서 저희 집의 거리는
도보 5분이거든요.. 잠은 집에서 잔다는 조건으로 10만원에 삯을 치루었다는...
재래식 변기가 좌변기보다 수평의 논리가 관통되는 듯 싶더라구요.
장단지 힘도 키워 주고.. 변비에도 좋고.. 막혔을 때 뚫으려면 더 많은 인내와
노력도 필요하고 말이죠.
좌변기는 물이 수직 나선형으로 내려가며 밀어내리지만 재래식은 부지런히 수평으
로 물을 보내며 용변의 소중함을 확인 시켜주는.. ㅋㅋ
불편함은 더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상으로 쌓이고 보니 용변을 하러 가는 결단에도 더 침착성이 더 해지고 쉽사리 담배도 못 피고, 특히 책을 못 보게 하며 용변 그 자체에 충실하게 하더군요. 각살이에 더 충실하라는 메세지를 던져주는 듯한...
하여튼 두 변기가 다 막혀 있다는 상황에서는 조금 황당했습니다.
어제는 어머니께 낙지 전골을 저녁에 사드렸는데.. 어머니가 좀 취하셨죠.
집에 와서 밖에서 안방문을 잠그시는 바람에 제가 담을 넘었죠..
어제의 황당사 하나, 오늘의 황당사 하나에 심심하지는 않았네요.^^
요즘 야간비행에서 새롭게 나온 서준식의 옥중서한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신 선생님의 글보다 조금 덜 유려하지만 그 안의 솔직함과 단아한 문체는 항상
감동을 줍니다. 역시 이 책도 하루에 몇 장씩만 읽으며 곱씹어 맛을 느껴
내는 것이 좋은 듯 합니다.
남은 하루 너그러운 삶의 조건들 만들어 가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