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 길

by 김성장 posted May 1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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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 길

멀리서 숲을 바라보면
길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한겹의 솜이불을 덮어쓴
눈내린 풍경이나
푸른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5월의 새벽이나
저 속 어디에 길이 있을까

그러나 가까이 가면
사람들이 서성거린 발자욱이 있습니다
길을 찾기 위해서
숲의 입구에서 그들이 나눈 대화가 거기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마침내 하나의 길을
향하여 나아갔음을 알게됩니다

숲의 입구에서 어지럽던 길의 흔적은
끊어질듯 이어지며 점차 선명해지고
날망에 이르면 여러 길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날망에 서면 숲은
다시 자신의 길을 감추고 숲밖의 길들을 보여줍니다
숲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길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무서지고
일어서고 넘어지고 사라지고 사라지고 다가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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