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어제 밤에 집에 들어갔습니다.

항상 10시 20분 쯤에는 집으로 오시던 어머니가 10시 50분까지 안 오시덥니다.

매일 동네 구립 도서관에서 하루를 일구어내고 오시는 어머니의 일상인데...

3개월 전쯤에도 어제 같은 일이 있었죠.

그 상황에서 무슨 일이 난 건 아닌지 불안하여...

집에서 도서관까지의 길을 꼼꼼히 밟으며 간 적이 있죠.  집으로 되돌아왔더니

어머니가 계시더군요.

" 막둥이 왔네.. 나 술 마셨다."

조금 취해 계시더군요. 수영장 친구 아주머니와 길에서 만나 술을 하셨다는...

그 때 참 가슴을 아리게 쓸어 내면서 제가 어머니를 이젠 걱정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는 옷도 안 갈아입고 전전긍긍 하다가 여기 저기 친구들한테 전화를 날리며

걱정의 시간을 태워 버리려 바둥거렸습니다.

1시간은 길었습니다. 어머니가 들어 오신 시간은 11시 20분...

투란도트 오페라 공연을 보고 오셨다는군요.

아무렇지 않은 듯 제 방문만 열고 "어! 늦었네?"하고 말았지만... 이제 어머니는

가끔 제게 전존재적으로 불안한 걱정을 안겨주는 분이 된 것 같습니다.

대학 시절 수많은 밤을 새하얗게 술로 지새우며 무단 외박을 일삼던 저의 단상들이

떠오르덥니다. 첨에 1, 2년은 전화를 꼬박꼬박 드렸죠...

전화 한 통을 던지는 그 작은 일상의 빈도가 점점 줄어가더군요.

그러더니 점점 관성화되어 급기야 이후 몇 년은 전화 한 통 없는 무단외박이

셀 수 없었습니다.

쓰린 기억입니다. 어설픈 반성으로 탈점화시키는 것 보다는 그 죄스런 기억을 앞으

로 어머니와의 담백한  일상 속의 유대로 꾸려내야겠습니다.

몇 년 전부터 어머니는 자식들에 작은 쪽지 하나 남기지 않는 여행을 즐기십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12시가 넘도록 어머니가 안 오시면 사찰 기행을 가신 겁니다.

이런 가족 내에서의 잔인한 비소통의 문화를 제가 먼저 추동시킨 것 같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되었습니다.

저 스스로 그 문화를 조금씩 바꿔보려 시도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직한 출격이

될 것 같습니다.

사랑을 표현하지 못 하고 쌓아두던 것은 그 끝에서 폭포수 같이 맹렬하고 뜨거운

살풀이를 동반한 '축제'로 풀어질 것이라고 고집 부려봅니다. 그 날을 음모합니다.

푸른 아침 반성문이었습니다.

나무님들 이번 주말에도 너그러운 삶의 조건들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45 2010년 더불어숲 신년산행 한 줄 후기~ 8 그루터기 2010.02.02
244 2010년 경칩....밀양 밭에서 12 김인석 2010.03.07
243 2010년 겨울 인권교육 직무연수 신청하세요! 인권연대 2010.01.13
242 2010년 02월 21일 함께읽기 발췌글 모음 올립니다. 58 그루터기 2010.02.20
241 2010 사회적기업페스티발(11.3-4)이 성공회대에서 열립니다 5 김혜자 2010.11.01
240 2009.9.24. 야간집시법 헌법불합치 결정(전문) 15 허필두 2009.09.25
239 2009 밀양여름연극축제 일정표 및 작품소개 6 김인석 2009.06.29
238 2008년 5월 18일 1059시 더불어 숲... 1 김종천 2008.05.18
237 2008.6.10 (87년 6월항쟁 21주년에 즈음하여) 4 송계수 2008.06.13
236 2008 세제 개편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 4 허필두 2008.09.04
235 2008 서화달력은 안 만드시나요? 3 정철훈 2007.12.16
234 2008 모두모임 참가자와 정산 2 그루터기 2008.12.29
233 2007년 신영복 선생님과 성공회대 교수들의 서예전시회 도록 갖고 계신분을 찾습니다. 1 장경태 2011.04.21
232 2007년 동국대 철학과에 편입학한 뜻은 6 유천 2007.03.11
231 2007년 고전읽기 1월 & 2월 모임 안내 2 고전읽기 2007.01.04
230 2007l민중가요페스티발"10월20일수원에서만나요 1 경기민예총 2007.10.18
229 2007 겨울 거리 풍경(홈에버에 가지 마세요.) 1 권종현 2007.12.11
228 2006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발표 나무에게 2006.12.11
227 2006 모두모임 정산 2 06그루터기 2006.12.13
226 2005년을 마무리 하며 2 김성숙 2005.12.15
Board Pagination ‹ Prev 1 ...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158 159 160 161 162 163 164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