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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집에 들어갔습니다.

항상 10시 20분 쯤에는 집으로 오시던 어머니가 10시 50분까지 안 오시덥니다.

매일 동네 구립 도서관에서 하루를 일구어내고 오시는 어머니의 일상인데...

3개월 전쯤에도 어제 같은 일이 있었죠.

그 상황에서 무슨 일이 난 건 아닌지 불안하여...

집에서 도서관까지의 길을 꼼꼼히 밟으며 간 적이 있죠.  집으로 되돌아왔더니

어머니가 계시더군요.

" 막둥이 왔네.. 나 술 마셨다."

조금 취해 계시더군요. 수영장 친구 아주머니와 길에서 만나 술을 하셨다는...

그 때 참 가슴을 아리게 쓸어 내면서 제가 어머니를 이젠 걱정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는 옷도 안 갈아입고 전전긍긍 하다가 여기 저기 친구들한테 전화를 날리며

걱정의 시간을 태워 버리려 바둥거렸습니다.

1시간은 길었습니다. 어머니가 들어 오신 시간은 11시 20분...

투란도트 오페라 공연을 보고 오셨다는군요.

아무렇지 않은 듯 제 방문만 열고 "어! 늦었네?"하고 말았지만... 이제 어머니는

가끔 제게 전존재적으로 불안한 걱정을 안겨주는 분이 된 것 같습니다.

대학 시절 수많은 밤을 새하얗게 술로 지새우며 무단 외박을 일삼던 저의 단상들이

떠오르덥니다. 첨에 1, 2년은 전화를 꼬박꼬박 드렸죠...

전화 한 통을 던지는 그 작은 일상의 빈도가 점점 줄어가더군요.

그러더니 점점 관성화되어 급기야 이후 몇 년은 전화 한 통 없는 무단외박이

셀 수 없었습니다.

쓰린 기억입니다. 어설픈 반성으로 탈점화시키는 것 보다는 그 죄스런 기억을 앞으

로 어머니와의 담백한  일상 속의 유대로 꾸려내야겠습니다.

몇 년 전부터 어머니는 자식들에 작은 쪽지 하나 남기지 않는 여행을 즐기십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12시가 넘도록 어머니가 안 오시면 사찰 기행을 가신 겁니다.

이런 가족 내에서의 잔인한 비소통의 문화를 제가 먼저 추동시킨 것 같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되었습니다.

저 스스로 그 문화를 조금씩 바꿔보려 시도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직한 출격이

될 것 같습니다.

사랑을 표현하지 못 하고 쌓아두던 것은 그 끝에서 폭포수 같이 맹렬하고 뜨거운

살풀이를 동반한 '축제'로 풀어질 것이라고 고집 부려봅니다. 그 날을 음모합니다.

푸른 아침 반성문이었습니다.

나무님들 이번 주말에도 너그러운 삶의 조건들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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