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 엉덩이
숲은 나에게 사유의 숲이자
귀환의 숲이자 적멸의 숲
그리운 것들을 불러모으거나
놓아주어야 할 때 나는 숲으로 가야만한다
숲에 있는 동안 나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자욱한 나뭇가지들의 목소리를 듣곤하는데
오늘의 숲은 나를 품지도 않고
대화도 허락하지 않는다
아쉬움을 안은 채 흔적도 없이 숲을 빠져나올 때
동네 어귀 담벼락 아래에서
옹기같은 엉덩이를 드러낸 아주머니가
나와 마주친 눈길을 부끄러워하며 몸을 돌린다
오늘 숲은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을 준 것이었다
내일은 엉덩이 아래 씨앗들이
싹을 틔웠는지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