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너무 고맙게 읽어서 모른척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랬다간 몰래 귀한 것 훔친 듯해서요.

내 어렸을 때 우리동네 아줌마들은 멀게는 30리 읍내장에, 가까이는 10리떨어진 이웃면의 장에 가곤 했습니다. 장을 볼랴면 고추나 콩, 깨를 팔러 가는 것을 '돈사러 간다'고 했습니다. 고추를 돈으로 바꾸어 생선을 사거나 고무신을 사거나 눈깔사탕이나 박하사탕을 사오는 것이었는데, 고추나 콩 등을 사는 상점같은 것을 '싸전'이라고 했던 걸로 기억납니다.

30리 떨어진 읍내에 소장이라도 서는 날에는 전날에 냇가에 나가 쇠솔로 소의 털을 고르고, 쇠똥을 말끔하게 씻어주고나서는 쇠죽을 진하게 쑤어서 멕이던 이웃집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우리집은 그렇게 비싼 소를 키워본 적이 없는데, 여하튼 소도 애들과 정이 들어서 대개는 아이들에게는 소를 판다는 것을 비밀로 하고는 했는데, 학교갔다가 외양간이 텅비어 있으면 애들이 우리 소 찾아오라고 울고 그러다가, 눈깔 사탕이나 고무신을 내놓으면 이미 끝나버린 상황을 무안하기도 하고 어색하게 정리해야 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은 정도 없는 나쁜 맘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어디 어른들인들 서운해하지 않았을 까요.

산에서 아이들하고 총장난을 하면서 놀다가 산 모텡이를 돌아 소구루마에 장봇다리를 싣고 돌아오는 동네사람들이 보이면, 제 각기 번지를 찾아 어머니나 아버지 뒤꽁무니에 붙는데, 자기 부모가 장에 가지 않았던 아이들은 이웃집 싸립문을 열고는 아무개야 노올자 합니다. 대개 그 집은 한창 장본 것들을 마루에서 펼쳐놓는 중인데 명절 때 입을 옷이나 신발이 맞나 안맞나 신어보고, 기분이 한 창 올라간 중이지요. 조금 전까지 사이좋게 지내던 친구가 이 때만큼 미워질 수가 없는데, 장에서 사온 눈깔 사탕이나 과자들을 뻔히 자기들만 먹을 수 없는 노릇이거든요.  부잣집 애들이 아니고는 1년에 몇 번 구경하기 힘든 그 귀한 것이 축낸다고 생각하면 말입니다. 아이들은 사탕이라도 하나 던져 줄 때까지 대문 주변에서 가련한 모습을 멈짓멈짓하며 배회합니다.

칠칠 맞은 어른들 중에는 소를 팔아서 목돈을 만진 기분으로 막걸리가 한잔이 되고 두잔이 되어 몇 십리길을 걸어오다 피곤했겠지요, 산소에 누워 낮잠을 자다가 도둑놈들에게 돈을 뺏기기도 하고 그런 일도 종종 일어났습니다. 물론 그집은 한밤중에 죽네 사네 항아리깨지는 소리가 요란함과 함께 애들은 악을 쓰고 울어대고, 동내 개들은 덩달아 짖어대곤 했습니다.

참으로 고우신 우리 복희 아줌마가 시골 생활도 잘하시니 고마워서 이렇게 한 마디 남깁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945 어린나무 모입니다..!! 2 어린나무 2005.02.17
944 어린이들이 '일'을 냈다. - 발상의 전환이 자전거도로 만들었다 1 레인메이커 2006.11.18
943 어릴 적 추억 이바구 합니다 3 조광현 2004.09.05
942 어머니를 사랑해야만합니다. 1 삼두매 2003.05.31
941 어색했지만 마음 뿌듯한 자리 4 김광명 2008.02.09
940 어울어지기 그리고 토해내기 이명옥 2003.12.29
939 어제 1 신복희 2004.01.14
938 어제 '도쿄, 제2학교의 봄'이라는 방송 보셨나요? 3 한혜영 2007.04.30
937 어제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다가... 5 김동영 2006.07.23
936 어제 개강 모습 입니다. 은하수 2011.08.30
935 어제 고전읽기 모임 있었지요... 3 고전읽기 2009.09.07
934 어제 광화문에 갔습니다. 그리고 또 가야죠. 3 은하 2005.01.20
933 어제 라디오에서 들린..선생님 글귀~ 2 최윤경 2006.09.22
932 어제 시위의 강경진압은 의도된 것이었다. 1 한서 2008.06.01
931 어제 시청앞 집회를 다녀온 후~~ 2 권종현 2007.11.12
930 어제 정선에서 6 박영섭 2008.06.04
929 어제 지하철에서 느낀 생각 5 김 영일 2003.07.01
928 어제 총회는... 권종현 2003.12.29
927 어제가 동영이형 생일이었네요. 18 배형호 2007.09.10
926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사저널 기자들의 릴레이 편지(단식 1일째) 이명옥 2007.06.20
Board Pagination ‹ Prev 1 ...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123 124 125 126 127 128 129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