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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고맙게 읽어서 모른척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랬다간 몰래 귀한 것 훔친 듯해서요.

내 어렸을 때 우리동네 아줌마들은 멀게는 30리 읍내장에, 가까이는 10리떨어진 이웃면의 장에 가곤 했습니다. 장을 볼랴면 고추나 콩, 깨를 팔러 가는 것을 '돈사러 간다'고 했습니다. 고추를 돈으로 바꾸어 생선을 사거나 고무신을 사거나 눈깔사탕이나 박하사탕을 사오는 것이었는데, 고추나 콩 등을 사는 상점같은 것을 '싸전'이라고 했던 걸로 기억납니다.

30리 떨어진 읍내에 소장이라도 서는 날에는 전날에 냇가에 나가 쇠솔로 소의 털을 고르고, 쇠똥을 말끔하게 씻어주고나서는 쇠죽을 진하게 쑤어서 멕이던 이웃집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우리집은 그렇게 비싼 소를 키워본 적이 없는데, 여하튼 소도 애들과 정이 들어서 대개는 아이들에게는 소를 판다는 것을 비밀로 하고는 했는데, 학교갔다가 외양간이 텅비어 있으면 애들이 우리 소 찾아오라고 울고 그러다가, 눈깔 사탕이나 고무신을 내놓으면 이미 끝나버린 상황을 무안하기도 하고 어색하게 정리해야 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은 정도 없는 나쁜 맘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어디 어른들인들 서운해하지 않았을 까요.

산에서 아이들하고 총장난을 하면서 놀다가 산 모텡이를 돌아 소구루마에 장봇다리를 싣고 돌아오는 동네사람들이 보이면, 제 각기 번지를 찾아 어머니나 아버지 뒤꽁무니에 붙는데, 자기 부모가 장에 가지 않았던 아이들은 이웃집 싸립문을 열고는 아무개야 노올자 합니다. 대개 그 집은 한창 장본 것들을 마루에서 펼쳐놓는 중인데 명절 때 입을 옷이나 신발이 맞나 안맞나 신어보고, 기분이 한 창 올라간 중이지요. 조금 전까지 사이좋게 지내던 친구가 이 때만큼 미워질 수가 없는데, 장에서 사온 눈깔 사탕이나 과자들을 뻔히 자기들만 먹을 수 없는 노릇이거든요.  부잣집 애들이 아니고는 1년에 몇 번 구경하기 힘든 그 귀한 것이 축낸다고 생각하면 말입니다. 아이들은 사탕이라도 하나 던져 줄 때까지 대문 주변에서 가련한 모습을 멈짓멈짓하며 배회합니다.

칠칠 맞은 어른들 중에는 소를 팔아서 목돈을 만진 기분으로 막걸리가 한잔이 되고 두잔이 되어 몇 십리길을 걸어오다 피곤했겠지요, 산소에 누워 낮잠을 자다가 도둑놈들에게 돈을 뺏기기도 하고 그런 일도 종종 일어났습니다. 물론 그집은 한밤중에 죽네 사네 항아리깨지는 소리가 요란함과 함께 애들은 악을 쓰고 울어대고, 동내 개들은 덩달아 짖어대곤 했습니다.

참으로 고우신 우리 복희 아줌마가 시골 생활도 잘하시니 고마워서 이렇게 한 마디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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