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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전 **이 입니다.
스승의 날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선생님의 한 말씀에 선물을 못 드리게 되었습니다. 선물이 아깝네요.

선생님 스승의 날의 선물을 1년이 지나고 6학년이 될 때 드리면 안 될까요? 아니면 내년 스승의 날이나.선생님께서 그 때도 선물을 안 받으신다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때 드려볼래요.


선생님 말도 하지 않던 얘기를 이 편지에 써도 되겠죠?

먼저, 전 처음에 선생님을 이해 못 했습니다. 공부는 하지 않고 매일 생각만 키우는 공부만 하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선생님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에게 생각을 키우게 해주시는 선생님을.

저번에 편지를 쓸 때도 솔직히 말하면 선생님이 싫었습니다. 전해지지도 않는 편지 써서 뭐하나 귀찮게 편지는 왜 쓰나 등 여러가지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에게 저희들이 편지 쓴 것을 선생님께서 노력하셔서 편지를 드린 것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노력하면 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처음 부시대통령과 이라크 아이들에게 편지를 쓸 때, 이라크 아이들에게 편지쓰는 것이 하기가 싫어 대충 쓴 저 자신이 후회됩니다 편지를 자주 쓰다보면 글도 잘 쓰게 될 수 있고, 자기 자신 주장을 똑똑히 남에게 잘 밝힐 수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압니다.

그래도 편지쓰는 것은 아직까지 싫습니다. 괜히 이상한 말만 하게 되거든요.


제가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를 제일 길게 쓴 건 선생님 뿐인것 같습니다.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를 쓸 때 1장 정도 밖에 안썼거든요 좀 귀찮아서
더 길게 쓰기 전에 말을 줄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2003년 5월 15일 ** 올림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

선생님 죄송합니다. 너무 떠들어서 그리고 1년동안 선생님께 계속 죄송할 것 같습니다....


+++++++++++++++++++++++++++++++++++++++++++++++++++++++++++++++++++

언제나 교실 뒷 켠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서 자신의 관심분야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내성적인 아이라 궁금하게 생각해 왔었는데, 고마운 편지 덕분에 그 아이를 비롯해서 우리반 친구들을 한 번 더 헤아려보는 기회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맡고 있는 저 스스로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교과서에 나온 내용만을 배워야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반 친구들은 교과서와 여러 다양한 주제들을 넘나드는 수업이 시나브로 익숙해지고 있지만..
(교사는 국가에서 주어진 교육과정을 교과서에 맞춰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연기자가 아니라 교육과정을 해석하고 교과서와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통해 교육을 열어가는 연출가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텐데..)


더불어 현재 모둠별로 꾸려진 우리반(교실)에서 소란스러워지면 손쉽게 자신들을 통제해 달라는 생각들을 스스럼없이 건냅니다. 심지어는 체벌도 아이들이 먼저 하라고 권합니다.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를 구속하려는 손쉬운 생각들이..


하지만 그 이야기들에 대해 제가 지니고 있는 생각들을 아이들에게 넌지시 건내주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긴 듯 싶습니다.

사실 스티커를 통한 보상강화는 교육현장에서 널리 애용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행동주의에 근거한 보상강화를 통해 행동의 동인을 마련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아이들의 자발성 논의를 제쳐 두고서라도, 보상강화만을 강조하는 현재의 교육에는 치명적 결함이 있습니다. 그것은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주체적 결정을 할 수 있는 틈을 앗아간다는 점입니다. 학생 본인도 모르게 무조건 스티커로 대표되는 보상을 위해서 생각없이 주어진 과제만을 훌륭히 해내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심한 비약일 수 있지만 현재 교육대학 학생들 역시 우리반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교직에서 열심히 자신의 길을 가꾸는 선생님이 결코 적지 않지만은 현실적으로 무기력한 교사 역시 만만치 않게 많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듯 싶습니다.


동기유발과 주의집중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교육현장에서 임하시는 분들과 앞으로 현장을 일구어 갈 님들은 과연 학생들에 대한 동기유발과 주의집중이 동물원 조련과 무엇이 다른지를 어떻게 설명해 주실지 궁금합니다.

(뱀 발 - 사람을 위한 동물원이 이 땅에 사라지길 바랍니다. )


하루하루 헤아려 볼 일이 참 많습니다.

다시 한 번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새기며 스스로를 추스려봅니다.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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