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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광릉 국립수목원에 녹색수업을 다녀왔답니다.



사실 처음에 저는 아름다운 숲에 안기여 아이들과 즐겁게 공부도 하고, 바람을 쏘이리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그 곳에서 저는 열악한 우리나라의 안전 시스템을 몸소 체험하고 돌아왔답니다.



맑은 공기와 푸르는 숲에 설레이는 마음과 몸이었는데..

거칠게 남아있는 커다란 그루터기에 걸려 우리 반 아이가 크게 다칠뻔 했습니다.

거친 나무 끝부분이 무릎위에 박혀버린 것입니다.



수목원 주변을 최대한 자연 그대로 보존하는 것과 위험한 그루터기를 방치하는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애써 원인을 제공한 부분에 대해서는 참으려 했는데,

수목원 측에서 보여준 늑장 대응 만큼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가 다치고 그 상황을 관리사무실에 전한 지 30여분이 넘도록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못하는 시스템에서 과연 무슨 녹색수업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애타는 마음으로 차량을 기다렸는데, 기껏 그 자리에 나타난 사람의 반응과 처치는 저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루터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아이의 부주의함을 계속 되내이는 그 분에게서 우리 사회의 비극을 고스란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안전관리 체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대관절 무슨 수업을 하겠다는 것입니까.

무엇을 위한 녹색 수업인지요?

우리반 아이가 지적한대로 이 수업은 오히려 빨간색 수업이었습니다.


다행히 우리 반 아이는 병원에서 나무 조각을 빼어내고, 상처를 깨끗이 소독했지만,

만약 조금만 더 안 좋은 상황이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요?



이 문제를 두고서도 여러 입장들의 차이를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치료비라는 미묘한 문제입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할 때 우리나라는 환자의 상태보다는 환자의 치료비 지급 여부가 더 중요합니다.사실 어제 그 자리에서도 치료비 문제가 껄끄럽게 다가왔습니다. 결국 수목원측에서 치료비를 제공했습니다.



더불어 학부모와 학교, 교사와의 관계 문제입니다.

이 문제로 학교의 교감선생님은 아이의 안전도 안전이지만, 학부모와 말썽이 나지 않는 부분을 염려하시더군요. 사실 당연히 학부모에게 연락을 미리 취해드리는 것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담임인 제가 먼저 하면 좋았을 것을 미리 전화를 하시는 걸 보면서 아쉬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사실 그 과정에서 아이에 대한 배려가 빠진 것은 아니었는지를 곰곰히 헤아려보았습니다.


어제 사고는 저에게도 작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그 사고와 더불어 제가 자리를 비운 그 때, 우리반 아이 둘의 다툼이 있었는데, 그 다툼에서 안경이 깨지고, 멍이 크게 드는 사고도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반의 기강이 약하다는 주변 선생님들의 도움 말씀입니다.

9.11테러와 비견될 일은 아니지만, 결국 학교내에서  추진하려 했던  민주적인 학급 운영은 압박 아닌 압박을 받게 된 셈입니다. 기강이 약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되는데, 주변 선생님들의 시각은 '신규'이기에 너무 풀어놓았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듯 싶습니다.


사실 저의 교육활동이 어떻게 해석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듬어 나갈 것이 있으면 당연히 다듬어 나가야하고 모자란 부분은 채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자칫 한 두가지 사례로 쉽게 재단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고 헤아려봅니다.


토요일 오후 텅 빈 교실에서 들썩였던 마음을 추스리면서 새로운 날들을 모색해봅니다.

지금 나는 내 길을 제대로 걷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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