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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학부모님들께

푸르른 5월이 지나고 어느덧 6월도 일주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돌이켜 보며, 아이들과 함께 머무는 교실에서 소중한 우리 반 친구들의 부모님들께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저는 오늘이 재량휴일이라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되지만, 학교에 나왔습니다. 우리 반 교실을 환하게 감싸주는 꽃들이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반과 더불어 옆에 반에 놓여있는 꽃들 그리고 윗층, 아래층에 놓여있는 꽃과 풀에 물을 주었습니다.

목마른 모양으로 애타게 물을 기다리던 꽃들과 풀들에게 물을 주면서 문득 제 생활을 비추어 보았습니다. 사실 우리 반 한 명 한 명의 친구들도 어쩌면 우리 교실에 놓여 있는 예쁘고 아름다운 꽃들과 같은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꽃에 물을 주고 정성을 기울여 가꾸어 나가는 일은 결국 제가 아이들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저마다 지닌 가능성을 아름다운 꽃처럼 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 편지에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아이들 인성이 올바로 자랄 수 있는 교육을 펼치는 것입니다. 지식이라는 측면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하지만 지식만을 강조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도리인 인성을 무시한다면 오히려 그 때의 지식은 아이들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부도 잘 하고, 인성도 바른 아이를 기르도록 하는 것은 여러 부모님들의 바램이자 제 바램이기도 합니다.

곧 6월 중순 즈음에는 수학, 영어, 한자 경시대회를 학교에서 치릅니다. 그 시험 때문에 학습지를 열심히 푸는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았습니다. 시험의 본 뜻은 온데 간데 없고, 그저 시험 결과에 급급해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행여 공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염려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시험을 통한 평가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공부 방법을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시대회가 이런 시험의 좋은 면을 학생들 스스로 깨닫게 할 수 있을지를 찬찬히 헤아려보면 솔직히 낙관적으로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반 학부모님들께서는 단 한 번의 시험 결과로만 아이들을 성급하게 판단하시지 않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5월부터는 수시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치룬 평가들을 학부모님들께 확인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그 자체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제 바램을 전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반 친구들은 여러 공부에 흥미를 갖고, 여러 친구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가도록 돕는 것은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만으로는 힘듭니다. 하지만 부모님들의 따스한 애정과 저의 노력이 덧붙여진다면 교실을 맑고 환하게 비추는 꽃 마냥 아이들도 밝고 아름답게 성장하리라고 믿습니다. 무더운 날들로 성가실 때도 있지만 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생각하시면서 맑고 시원한 나날들 가꾸어 가시길 바라며 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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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인데도 벌써부터 마음이 많이 흐트러지는 듯 싶어 스스로에 대한 다짐을 학부모님들께 그리고 우리반 친구들에게 건내기 위해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글을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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