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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의 대화와 법

노 대통령은 지난 6월1일 방미, 방일 경제사절단 등 재벌 경제인 26명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노사관계의 갈등을 푸는 두 바퀴는 ‘대화와 법’이다. 노사관계가 경제의 경쟁력을 해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간담회가 대통령의 방미, 방일 수행단으로 참가한 재벌 경제인들의 수고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던 것으로 보아 ‘대화와 법, 용납할 수 없음’ 등의 발언은 노동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대화와 법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생각지 않는 자들이 노동자들인가
나는 가난한 노조운동가 출신의 비정규 노동자다. 나는 가족의 생존을 위해, 비정규 노동자들과 함께 행복해질 미래를 꿈꾸며 지난 3월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에 하청노동자로 취업했다. 하청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현장에는 대통령이 말하는 ‘대화와 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이 곳에선 업무시간 전에 작업(조회)이 시작되었고, 연장근로시간 제한이 지켜지지 않았고, 임금계산이 엉터리였다. 노사협의회가 설치·운영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일하다 다쳐도 산재처리가 안 된다. 그야말로 ‘무법천지’다.

대한민국의 최고 기업을 지향하는 회사인데 생산라인에는 정규직 노동자가 한 명도 없다. 법률상 사용자 책임을 면할 목적으로 간접고용(불법파견) 노동자들로 기업을 운영한다. 이곳엔 노동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법을 기만하는 회사의 지시와 감시, 통제가 있을 뿐이다. 대화는 무슨 대화 그런 거 없다. 누구도 이들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보장된 법률상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려 주지 않는다. 나는 대통령의 말처럼 아침 조회시간에 ‘보호장구를 지급하고 안전교육을 실시할 것과 취업규칙을 게시할 것’을 요구했다. 법을 지키자고 한 것이다. 그랬더니 회사는 바로 나의 출입증을 가져가고 해고를 통지했다.

노조는 나의 고충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쪽 관계자를 만나 여러 차례 협의를 시도했다. 그때마다 대통령과 마주앉아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재벌총수가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쪽이 취한 태도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억울하면 법에 가보라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의 권리와 관련한 단 한 가지의 법률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회사가 자기 필요에 의해 법을 운운하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5월27일부터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휴게실에서 ‘해고철회와 불법행위 근절’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입이 아프도록 요구했으나 이 시간까지도 취업규칙은 게시되지 않고 있다. 안전교육을 실시하기는커녕 거짓 서명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한 것처럼 사실관계를 조작했다. 그뿐인가. 회사는 각종 불법행위들에 대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법률상 보관해야 할 각종 서류를 파기하기까지 했다.

농성이 시작되어 회사쪽의 관리와 통제가 강화되자,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회사 눈치를 살피며 떨고 있다. 반면 불법행위를 수도 없이 일삼아 온 회사는 태연자약하고 당당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상은 힘 없는 노동자에겐 엄격하고, 힘 가진 사용자들에겐 관대했던, 공평성을 상실한 법 집행의 누적된 역사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우리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 현장의 현실이 이러함에도 우리의 저항은 용납 받을 수 없는 것인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대화와 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소리를 왜 주는대로 받고 시키는 대로 일해온 우리 노동자들이 온갖 불법행위를 일삼아 온 사용자들보다 먼저 들어야 하는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대화와 법’이 노사관계의 합리적인 수단으로 자리잡히기 위해서는 법 집행의 공평성이 확보돼야 한다.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의 상식을 반영하는 제도(노동법) 개혁도 단행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대통령이 우리에게 한 ‘대화와 법’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주장이 ‘위협’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권고’로 들릴 것이다.

이영도/현대모비스 울산공장 하청업체 해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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