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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3.07.08 22:26

내 생애 첫번째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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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받았다.

친구가 보내준 한 상자의 감자를 받았다.
동시 '할머니가 보내셨구나,이 많은 감자를'이 생각났다.
구워서 먹고,쪄서도 먹는다는 구절이 있었다.
아마 구수하고 고소할 것 같다.
니가 있어 참 행복하다.

************

아침에 밥을 먹으며 "제가 아는 한 귀농한 분이 어제 감자를 부쳐주시겠다고 전화를 주셨어요"라고 말씀드리긴 했는데, 글쎄 그게 다음날인 오늘 벌써 도착했다고 아빠가 내게 메일을 보내신 것이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 감자캘 때 일손이 필요하면 꼭 부르시라고 했던 그 선배님이 꽤 넓었던 감자밭의 감자를 다 캐서 출하하고 조금 남은 감자를 보내오신 것이었다. 그 반가움이 배로 더했던 것은 이것이 내가 오늘 세상에 태어나 처음 받아온, 아빠에게서 온 이메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한번도 보내보지 못한 카드메일 형태였고, 동영상카드의 맨마지막이 "니가 있어 참 행복하다"라는 문장이었기 때문일까, 덧붙여진 편지내용에도 되풀이된 그 글자들 때문에 사무실에서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진 순간을 남들 몰래 가슴에 새기느라 애먹었다.  

초등학교 교원으로 정년퇴직 후 조금은 무력하게 계시다가 한동안은 건강이 염려스러운 딸을 차로 출근시켜주시며 아빠는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쓸모있는 사람 같아"라고 하셨었다. 그래서 괜찮다고 말리다가, 나와 같이 출근하는 기분을 계속 느끼시려는 것 같아 이내 기꺼이 그 호사를 누리곤 했다.

다행히 기간제 교사로 다시 몇 개월간 학교에 나가시다가 완전 퇴직하신 것이 한 6개월쯤 됐다. 이번에는 오랜 동안 마음을 다지신듯 산에도 규칙적으로 나가시고 규칙적으로 생활을 하시더니 엄마에게 듣자니 아빠가 복지관에 등록하기 위해 신체검사도 받고 그러신다는 거다. 그때까지도 복지관에 다니려고 하는 것이 왠지 자식들한테 겸연쩍으신지 엄마 입단속을 하시더니 이내 만족하신듯 바둑, 탁구, 컴퓨터를 배우러 복지관으로 '출근'을 하고 계시다. 위의 메일도 컴퓨터반에서의 한 과정이었던 것이란다.  

복지관에 나가신지 얼마 되지 않아 언니가 함빡 웃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아빠 너무 잘 사시지 않냐." 아마 언니도 나도 아빠처럼 늙어가리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빠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엄마도 생전 처음 수영을 끊어 열심히 다니고 계신다.

예전에 사회복지대학원에 다니며 잠시 노인복지관에서 실습을 해본 나로서는 익히 들었다. 노인들이 아침에 눈떠 갈 곳이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모른다고... 아빠도 어느 날엔 출근하는 나보다 먼저 복지관으로 가시는 것이다. 아직 직원들도 채 다 출근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이미 부모님과 이메일쯤 쉽게 주고 받고 있는 몇몇 분께는 이 글이 꽤 수선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아마도 귀농해 잘 적응해 살고 계신 선배님이 보내신 귀한 감자가 도착했다는 내용이어서 그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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