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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마음이 안쓰러울 때가 많습니다.

안쓰러운 일 중에서 아침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펼쳐 보는 신문도 있답니다.




강제적인 아니 세련되게 구독을 강요하는 어린이 신문들..

다행히 지금 학교에서는 사회의 민주화와 더불어 학교에서도 신문 강제 구독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린이 신문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신문 이름(제호)만 봐도 그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대다수의 어린이 신문은 소년이라는 말을 앞에 붙여서 발행됩니다.

따라서 소년 ㄷ일보, 소년 ㅎ일보, 소년 ㅈ일보 꼴로 나옵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신문 제호들이 품고 있는 문제들이 드러납니다.

왜 신문을 읽는 대상이 소년만은 아닐진데, 꼭 소년 ㅇㅇ 일보 형태로 제한되어 있는 것일까.

이것은 알게 모르게 스며있는 우리 사회의 남성중심주의는 아닐까요.

신문의 제호와 마찬가지로 편집 방향 역시 우리 사회의 주류적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는 늘상 지적되온 어린이 신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여하튼 일상의 작은 일들에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아이들이랑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다 신문사 사장에게 편지쓰기를 했습니다.

"왜 소년 ㅇㅇ 일보여야 하냐고"

그럼 여자 아이들은 그 신문의 구독자가 아니냐고, 굳이 한문으로 이름을 쓰는 것이 옳은지 등등에 대해서..



그렇게 편지를 띄우고..

아이들이 느꼈던 것은 처음에는 신선한 자극이었는데..

조금 지나자 이내 우리가 아무리 편지를 써도 바뀌지 않는다는 체념이었습니다.


사실 무엇을 바꾼다는 것은 힘든 일이니까요.

그래서 한 학기를 마무리 하면서 아이들이 제일 아쉬웠던 부분에 꼽는 것이 그런 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이들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즐거운 소식하나를 보았습니다.


"소년 ㄷ 일보의 얼굴이 바뀝니다. 소년 ㄷ 일보는 창간 39주년을 맞아 15일부터 '어린이 ㄷ'으로 제호를 바꿉니다. 신문 이름을 '어린이 ㄷ' 으로 바꾼 것은 양성평등이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고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한글을 사용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새 제호 '어린이 ㄷ'는 소년ㄷ 라는 제호가 남녀평등에 어긋난다는 많은 어린이 독자와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


작은 실험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결실을 맺어 우선 기쁩니다. 무엇보다도 이 경험에 아이들이 직접 동참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듯 싶습니다. 사실 저는 이 일을 전교어린이회의에서 꾸리면서 교장선생님께 많은 핀잔을 받았습니다. 왜 굳이 그런 일을 하느냐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많은 벽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무엇인가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것은 참 괜찮은 일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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