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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이 진 자리에
                                            이영진
  
허공에 비가 지나가고 난 흔적, 창 밖을 가득 채웠던 벚꽃이 씻은 듯 사라졌다. 꽃이 사라지면 혼란도 사라지는 것인지 목 위로 차오르던 것들이 제 자리로 내려 앉았다. 본래 제 자리란 것이 있기나 했던가. 꽃이 지고 난 다음에야 확인되는 가슴 속의 자리 하나. 꽃이 피어 있던 봄 내내 보이지 않던 그 자리에 시내 버스들이 밀려 들어 긴 정체를 만들고 나는 갑자기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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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비온 다음의 하늘은 심술궂은 변덕쟁이 같다. 언제 내가 비를 내렸니 하듯 하늘은 짱짱. 매미 소리는 높은 하늘과 경쟁하면서 공간을 가득 채운다. 하늘의 모습이 그렇듯 벚꽃이 언제 그렇게 화사함으로 가득채웠던가 싶게 그 자취는 남아 있지 않다. 아마 우린 이렇게 될 줄 해마다 알면서도 꽃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꽃의 아름다움 같은 것을 오랫동안 끌어안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은 길고 긴 시간 속에서 아주 작은 순간이고 열정으로만 가득했던 젊음의 계절이었다. 잠시 우리는 요술 속에서 빠져서 방황했던거다. 우리가 그 마법의 세계를 피하지 못하고 그물망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아마 어떤 간절함 때문이었는지, 아님 이미 정해진 방향으로 살아가도록 정해진 운명의 긴 여정에서 거쳐야만 하는 한 경로였기 때문인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또 다르게 생각하면,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앞만 보고 질주해야 하는 일상생활, 그 속도가 강제하는 규율이 몰아대는 공간에서 만성적인 병리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몸 어느 깊은 곳에서, 더 높은 차원에서 규정되어진 삶의 궤도를 벗어난 것에 대해, 이건 아니야 하는 어떤 울림이나 신호 같은 것이 우리를 그렇게 하고픔으로 이끄는 것이 아닐까 싶다. 꽃으로 가득한 세계에서의 경험은 내 속에서 식힐 수 없었던 어떤 열병과 같은 것이었을 거다. 꽃의 추억이 사라짐은 나의 열병이 치유되어 다른 어떤 것으로 들어앉아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시 떠밀려 들어온 일상에서 이제는 그처럼 이리저리 부유하게 하지 않게 하는 어떤 근거를 얻게 되었다.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부러움은 이제 좀더 분명하게 온정신의 상태에서 우리 모두를 평온하게 해줄 수 있는 세계로 향해 조금씩 나갈 수 있게 하는 어떤 양분 같은 것으로 내 안에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물론 내 맘대로 생각이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맘대로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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