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벚꽃이 진 자리에
                                            이영진
  
허공에 비가 지나가고 난 흔적, 창 밖을 가득 채웠던 벚꽃이 씻은 듯 사라졌다. 꽃이 사라지면 혼란도 사라지는 것인지 목 위로 차오르던 것들이 제 자리로 내려 앉았다. 본래 제 자리란 것이 있기나 했던가. 꽃이 지고 난 다음에야 확인되는 가슴 속의 자리 하나. 꽃이 피어 있던 봄 내내 보이지 않던 그 자리에 시내 버스들이 밀려 들어 긴 정체를 만들고 나는 갑자기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부럽다.
----------------------------------------------------------------------

한 여름 비온 다음의 하늘은 심술궂은 변덕쟁이 같다. 언제 내가 비를 내렸니 하듯 하늘은 짱짱. 매미 소리는 높은 하늘과 경쟁하면서 공간을 가득 채운다. 하늘의 모습이 그렇듯 벚꽃이 언제 그렇게 화사함으로 가득채웠던가 싶게 그 자취는 남아 있지 않다. 아마 우린 이렇게 될 줄 해마다 알면서도 꽃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꽃의 아름다움 같은 것을 오랫동안 끌어안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은 길고 긴 시간 속에서 아주 작은 순간이고 열정으로만 가득했던 젊음의 계절이었다. 잠시 우리는 요술 속에서 빠져서 방황했던거다. 우리가 그 마법의 세계를 피하지 못하고 그물망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아마 어떤 간절함 때문이었는지, 아님 이미 정해진 방향으로 살아가도록 정해진 운명의 긴 여정에서 거쳐야만 하는 한 경로였기 때문인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또 다르게 생각하면,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앞만 보고 질주해야 하는 일상생활, 그 속도가 강제하는 규율이 몰아대는 공간에서 만성적인 병리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몸 어느 깊은 곳에서, 더 높은 차원에서 규정되어진 삶의 궤도를 벗어난 것에 대해, 이건 아니야 하는 어떤 울림이나 신호 같은 것이 우리를 그렇게 하고픔으로 이끄는 것이 아닐까 싶다. 꽃으로 가득한 세계에서의 경험은 내 속에서 식힐 수 없었던 어떤 열병과 같은 것이었을 거다. 꽃의 추억이 사라짐은 나의 열병이 치유되어 다른 어떤 것으로 들어앉아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시 떠밀려 들어온 일상에서 이제는 그처럼 이리저리 부유하게 하지 않게 하는 어떤 근거를 얻게 되었다.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부러움은 이제 좀더 분명하게 온정신의 상태에서 우리 모두를 평온하게 해줄 수 있는 세계로 향해 조금씩 나갈 수 있게 하는 어떤 양분 같은 것으로 내 안에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물론 내 맘대로 생각이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맘대로 읽으시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985 진정한 우리의 적은 우리 내부에 있습니다. 박철화 2006.08.14
2984 진안에서 인재를 찾습니다 양윤신 2008.01.09
2983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장경태 2003.10.09
2982 진실함으로 주변에 다가서기 1 장경태 2010.05.31
2981 진보의 연대, 명망가 중심 뛰어넘어야 - 선생님 인터뷰 14 나무에게 2011.04.27
2980 진리의 말씀 솔방울 2003.08.23
2979 진리와 사랑은 하나입니다. 연꽃 2003.08.22
2978 진리를 바탕으로 화합해야.. 솔방울 2003.08.03
2977 진달래 능선 - 대학로 신동하 2006.04.17
2976 직장에 나오면 왜 이리 답답해지지? 3 장경태 2010.06.17
2975 직업을 구하고 있나요? 박경화 2003.03.24
2974 직업상담원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직업상담원 2003.08.08
2973 지하철에서 만난 우리의 미래? 3 장경태 2008.02.29
2972 지율스님이 노동자를 말하다 ... 김미희 2005.05.26
2971 지율스님과 네티즌 1 정해찬 2008.10.25
2970 지옥을 보았다 4 박명아 2011.11.14
2969 지영선배 더불어숲 계좌번호 좀 알려주세요. 강태운 2004.05.26
2968 지식인의 두얼굴-폴 존슨 양해영 2008.05.26
2967 지방자치 선거를 보면서 5 장경태 2010.06.03
2966 지리산 천왕봉 해넘이 1 김세호 2006.12.29
Board Pagination ‹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