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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3.07.13 21:51

村老의 아름다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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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 뉴멕시코주에서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선교하고 계신 한 선교사님이
잘 아시는 미국 선교사가 멕시코 산간 오지로 선교여행을 떠나,
그 곳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 준 내용입니다.


하루는 그 선교사가 멕시코의 가난한 시골 장터에 나가서 선교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노점상들이 길가에 들어선 곳으로 통역을 대동해고 갔습니다.

그 노점상 중에 얼굴에 깊은 주름이 잡으며,
오후녘의 따가운 햇살을 등 뒤로 하고,
기력없이 퍼져 앉아 마늘을 팔고 있는 인디오 노인이 있었는데,
그 선교사는 그 노인에게 다가가 마늘 한 꾸러미에 얼마냐고 묻자,
미화로 50센트 정도되는 마늘 네 꾸러미가 남았다고 했습니다.

이 마음씨 좋은 선교사는 그 불쌍한 노인을 돕기 위해 10불짜리를 내밀며,
몽땅 다 사 주겠노라고 제안을 하자, 노인은 완강히 고개를 저였습니다.

그러자 황당한 눈빛으로 그 까닭을 묻자,
그 노인은 나머지 셋 꾸러미는 벌써 살 사람이 정해져 있다며,
나머지 한 꾸러미만 팔 수 있다고 대답하자, 다시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하나는 고깃집을 하는 안드로 것인데,
그의 아내가 몇 주전 아들을 낳아 신바람이 났다며,
그에게 줄 선물을 만들어 기다리고 있고,

또 하나는 조그마한 식당을 하는 로마리오 것인데,
그의 남동생과 최근 집안 일로 많이 싸워서 속이 상하며,
형제간에 우애는 금보다 비싸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고,

나머지 하나는 식구가 열이나 넘는 마리아 것인데,
남편이 일을 안하고 놀고만 있다고 불평이 많다며,
남자들은 일이고 뭐고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으니,
오늘 저녁녘에 사러 오면 낙심말라고 격려해 주고 싶다며...........

이 이야기를 들은 선교사는
어떻게 살 사람들의 이름과 개인 신상을 그렇게 상세히 알고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자기는 하루하루 파는 양이 정해 놓고,
그의 오랜 손님들과 일상생활 이야기랑,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듣고 말해 주는 것이 즐거움이며,
만일 그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 버리면 그들과의 대화도 없어지는데,
무슨 재미로 장에 나 오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노인은 찌는 무더워 속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 마늘들을 다 비싼값이라도 선교사에게는 팔아 줄 수 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이 선교사는 참으로 한심한 자신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자본주의식 사고에서 생활해 온 그 선교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싸게 사 준다는 사람에게 단번에 팔고 이윤을 많이 남기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이 멕시코 인디오 노인은 손님과의 만남 그 자체가 삶의 보람이며,
인생 경험을 서로 나누며 마늘을 건내 주는게 즐거운 일이지,
남의 이윤을 챙겨 자신의 몫으로 하는 것에는 일말의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이곳 장터는 돈이 거래가 되는것이 아니라,
서로 인생의 필요한 부분을 채우고 남으면,이웃에게 돌려주는 사람들을 위한 장터였다는 것입니다.

항상 남을 대할 때,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이해시키려는 것에 익숙했던 지금까지의 삶이,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아온 이에게 실례가 되었는가를 그는 새삼 일깨웠다며,
자신의 삶 속에 타인의 삶을 돌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이 산골 노인에게서
선교하려간 그가 오히려 선교 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
.....
...

오늘은 선교모임이 저희 집에 있어,
세살배기 딸과 장보려 여기저기 다니다
마침 올리브 오일에 마늘을 잘게 썰어 넣은 소스를 보고,
문득 들은 이 이야기가 생각나서 몇자 옮겨 보았습니다.

일요일은 가족들의 입장에서 가족들의 눈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면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많은 것을 얻겠죠!

그럼 또 들리겠습니다.

#######
지난 3월에 둘째 아들녀석이 태어나고, 자그마나마 내 집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해서 숲속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오늘에서야 용기를 내어 등록을 했습니다.
이승혁님, 한혜영님, 장경태님, 조원배님의 글을 보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아들바우를 득남하신 조원배님에게 진심으로 아빠가 되신것을 축하드리며,
항상 가족을 사랑하시는 한혜영님을 보고 우리 딸도 그렇게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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