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앞에 서진 못하였지만
맨 나중까지 남을 수는 있어요
남보다 뛰어난 논리를 갖추지도 못했고
몇마디 말로 대중을 휘어잡는 능력 또한 없지만
한번 먹은 마음만은 버리지 않아요
함께 가는 길 뒷자리에 소리없이 섞여 있지만
옳다고 선택한 길이면 끝까지 가려 해요
꽃 지던 그 봄에 이 길에 발디뎌
그 꽃 다시 살려내고 데려가던 바람이
어느새 앞머리 하얗게 표백해버렸는데
앞에 서서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이들이
참을성 없이 말을 갈아타고
옷 바꿔 입는 것 여러번 보았지요
따라갈 수 없는 가장 가파른 목소리
내는 사람들 이젠 믿지 않아요
아직도 맨 앞에 설 수 있는 사람 못된다는 걸
잘 알지만 이 세월 속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한가지예요
맨 나중까지 남을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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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가는 것 보다는 조금은 더디더라도 꾸준히 걸어갈 힘을 가르쳐주고 싶다던 형이 생각납니다.
그 형은 제게 당신이 농사짓는 밭으로, 들로 나가서 묵묵히 땀 흘리는 보람을 건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서울을 떠나 형의 고향 남해에 내려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다를 벗 삼아 투박하게 살아가는
그 멋진 형이 보고 싶은 아침입니다.
도종환 님의 시를 읽으며,
지난 추억을 되살려 봅니다.
이번 여름에는 배낭 하나 둘러매고, 형이 살고 있는 그곳에 가 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