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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3.07.21 11:36

참 좋은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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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단골식당은 포장마차다. 우리 집에서 10리만 내려가면 5일장이 서
는 장터가 있는데 포장마차는 그곳에서 장날이 아니라도 매일 장사를
한다. 그곳에 가면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서 만든 콩국수를 파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말 그대로 진국이다. 그곳엔 콩국수뿐 아니라 부추
전, 잔치국수, 튀김, 떡볶기...... 포장마차라면 다 있는 메뉴가 수두룩하
다.

입맛 없는 날 남편과 나는 포장마차에서 이것저것 사 먹는 재미로 자주 가
기 때문에 주인과 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 집은 젊은 부부가 운영한다.
통통하고 복스럽게 생긴 부인은 음식 솜씨가 좋고 상냥해서 내가 가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리고 그 집 남편은 힘든 일을 하면서
부인을 보조한다. 물길어 오는 일, 채소 다듬고 씻는 일과 설거지, 재료
구입까지 허드렛일을 다 하면서 부인을 돕는데 키가 자그마한 사람이
조용하고 부지런해서 그 부부를 보면 그들이 곧 부자가 될 것 같은 좋
은 예감이 든다.  

그 집에는 단골이 많다. 우리말고도 많은 사람이 있다. 단골손님들은
식당에 사람이 많아 일손이 부족하면 주인이 말하지 않아도 돕는다.
장날 그곳에 가면 나도 일을 돕는다. 음식 나르는 일을 하기도 하고
불 위에서 익는 부추전이 타기 전에 뒤집어 주기도 한다.

그곳에서 버섯농장하는 사람을 만났다. 늦은 저녁에 자주 오는 그는
올 때마다 버섯을 한 상자씩이나 가져와서 포장마차 주인에게 거저 준
다. 버섯농장 주인도 서글서글한 성품에 인상이 좋아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서울 삼성동에 몇 년 살았다는 그는 우리가 청담동에 살았다
고 하니 나의 남편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따른다. 그들이 포장마차
집 부부와 아주 친하게 지내길래 원래 이 지역 출신인 줄 알았더니 알
고보니 이사온 지 이제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우리보다 새내기 이웃이
었다. 그런데도 서로 형님, ,동생에 언니, 동생이라 부르며 십년지기 부
럽지 않게 잘 지내고 있다. 버섯농장 아줌마는 포장마차에 들어서면
마치 자기 집처럼 일거리부터 손에 잡으면서 앉는다. 다들 순박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라 만나면 기분이 좋다.

어제는 버섯농장에서 우리를 점심에 초대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고기
와 함께 버섯을 구워 상치에 싸서 먹었다. 맛좋은 점심이었지만 그곳
에 모인 이웃들이 더 좋았다. 오래된 친구가 아닌데도 서로 돕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점심을 하면서 우리도 농사 지으면서 살거라고 했더니
버섯농장을 해보라고 권하며 버섯에 관한 정보를 많이 주었다.

어제 점심에는 내 옛날 남자친구(?)도 끼었다. 그는 우리 아랫마을에
사는데 어릴 적 우리 외갓집 뒷집에서 살았다. 친구는 태어난 집에서
50년 넘도록 지금까지 사는 사람이다. 내가 골짜기 마을에 이사왔다는
소식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포장마차에 전화번호를 남겨 놓아서 연락이
닿았다. 40년만에 만난 친구지만 지금껏 줄곧 만나온 사람처럼 편하고
따뜻하다. 그 친구는 토박이지만 포장마차 주인이나 버섯농장 주인은
잘 알지 못하는데도 점심에 초대받았다.    

포장마차는 식당이라기보다는 동네 사랑방 같다. 사람 만날 일이 있으
면 거의 그곳에서 만난다. 서울의 카페처럼 비싼 차만 마시는 게 아니
라 싼값으로 배부르게 먹고 공짜 차로 즐기면서 이웃을 사귄다. 읍내
프로판가스 가게 사장, 농기구 가게 주인, 전기기술자......토박이도 있고
나처럼 이제 이사온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모두 형님 동생이고 선배
고 후배라며 모여서 먹고 떠든다. 서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
는 편한 이웃들이다. 이런 이웃들과 어울리면 세상은 온통 평화롭기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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