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2003.07.22 15:33

어떤 그림일까?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퇴근길 터벅터벅 걸음에, 이런 저런 생각도 끝나는, 집이 보이는 모퉁이쯤에 높다란 담벽이 있습니다.
담벽이 시작되는 곳에 초등학교를 알리는 간판이 있고, 그 높이를 감안하면 학교는 길보다 상당히 높은 언덕위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퇴근이 늦다보니 늘 어두운 벽면을 오른쪽에 끼고 왼쪽의 주택가 불빛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어느새 담벽은 제 뒤에 있습니다.
그렇게 몇일을 보내고 우연히 담벽에 무언가가 그려져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가집도 있고, 구름도 있고, 사람도 있는.
뭔가가 있구나란 궁금증을 확인하고자 마음을 먹은 것도 잠깐, 늘 걷다보면 어느새 담벽이 뒤에 있습니다. 때론 엉뚱하게도 근무시간에 불쑥 어떤 그림일까 하는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하루의 피곤함에 겨워하며 내내 궁금증을 풀지 못하다가 어느날엔가 담벽의 그림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길게 펼쳐진 그림의 바탕은 황금빛 들판을 연상시키는 것이었고 그 시작과 끝은 부드러운 산들의 원근감에, 여유로움을 더하는 흰구름까지 옛날 이야기의 배경을 그대로 볼수 있었습니다.
사이좋게 벼베는 농부, 광에 쌓인 쌀가마, 쌀가마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우뚱 거리는 농부를 보며, 어릴적에 읽었던 형제의 우애를 그린 이야기임을 직감하였습니다.
광에서 쌀가마를 꺼내여 동생의 집에, 형의 집에 몰래 두었음에도 광에 있는 쌀가마는 어제와 다를바가 없어 어리둥절해하는 형제가 저녁에 쌀가마를 지고 서로의 집을 향하다 만나서 형제애를 확인하는 그림이었습니다.
눈가에 그려진 엄청난 크기의 눈물이 결코 그림에서나 가능한 표현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담벽의 그림을 확인한 후로는 퇴근길에 그림 하나하나를 새기며 걷습니다.
그리곤 일본에 있는 동생이 밥이나 잘 챙겨 먹는지 궁금해합니다.
울컥 녀석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통화버튼을 누르기도 합니다.

오늘도 퇴근길에 제 동생을 보게 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965 지리산 산행 하실분~~^^ 2 표문수 2005.07.25
2964 지리산 당일종주기 4 김우종 2007.09.05
2963 지리산 14 유천 2007.12.15
2962 지난주에 다녀온 금강산 입니다. 6 이명구 2006.11.17
2961 지난 번에 헌혈증으로 도움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위국명 2006.12.12
2960 지난 메일들을 정리하다가... 김동영 2007.05.22
2959 지나친 요구인가요? 3 우공이산 2003.05.30
2958 지나는 길에 10 상록수 2006.12.28
2957 지나간 질문인데 다시 합니다 2 등록한 사람 2003.05.20
2956 지금은... 소나무 2005.02.26
2955 지금과 같은 진보신당의 정치실험이 유효할까? 7 장경태 2010.06.29
2954 지그재그로 <대한문>까지 걸어보았습니다. 2 김상연 2009.05.29
2953 지구는 자기자신을 중심으로 돈다 장오수 2006.04.27
2952 증오 소나무 2007.08.15
2951 증말 맛나게 먹었습니다. 김종천 2008.05.18
2950 즐거운 상상 김성숙 2004.01.20
2949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3 이명구 2003.09.08
2948 즉문즉설에 대해 김자년 2010.09.13
2947 중탕, 된장찌개 4 노동꾼 2010.06.30
2946 중요한 것 1 솔방울 2003.03.27
Board Pagination ‹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