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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씩... 책을 읽고 나면 '아!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 있습니다.

서평을 쓰고 텍스트 자체를 분석해야 하는 직업 비평가들이 아닌 우리에게 책 한 권이란 한 번을 읽어도 읽은 것이고, 세 번을 읽어도 읽은 것일테죠.

그러나 가끔 천천히 읽을 수 밖에, 읽다가 책장을 덮고 뜨거워진 가슴을 식혀가며 다시 보게 하는 책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에게 이 책은 신영복 선생님 책들 이후, 또 한 번 그 걷잡을 수 없는 겸허한 심정으로 처절한 완독(緩讀)을 요하게 한 책입니다. 일독 하는데 3개월의 시간을 필요로 했거든요.

저자인 서준식은 재일 교포 2세로 서울 법대 재학 중 1971년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7년 형을 언도 받았으나 전향 거부로 다시 10년간 보안 감호 처분을 받아 1988년에 비전향 좌익수로서는 처음으로 석방된 사람입니다. 이후 그는 인권 운동 사랑방을 꾸려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부모님과 조카들, 고모님 등에게 쓴 편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저자는 어머니를 '우리 주위에 만연해 있는 '비인간'을 강요하는 갖가지 이론이나 지식에 물들지 않은, 원초적인 착함과 지혜, 그리고 풍부한 정서를 한 몸에 구현하신 분이었다'라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의 독서 노트를 빼곡하게 채우게 한 많은 글들은 조카들에게 보낸 편지들에 있습니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깊고도 맑은 사유와, 부드럽고도 날카로운 통찰들은 경솔하게 책장을 넘길 수 없게 했습니다.

'전향서' 한 장만 쓰면 출옥할 수 있었지만 그는 끝까지 '외로운 고집'으로 굴복하지 않았으며, 면회와 전향을 권하는 가족들에게 호통을 치며 발길을 돌리게 합니다.

"지금 나의 가슴에 슬픔이 꽉 찼다. 살아계실 때 효도를 못 했다는 회한보다, 차라리 개망나니가 되어서 아버지 속을 썩혀드리면서라도 아버지 곁에서 살지 못 했던 슬픔이 꽉 찼다."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동생에게 쓴 편지 내용 중 일부입니다.

서준식은 사회안전법의 비인도성에 항의하여 51일 간 단식 투쟁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 책은 분명 저에게 '금욕의 아픔'과 '자생에의 정열'을 심어 주었으며, 그래서 투철하게 소중한 삶의 양식으로, 작은 성서로 삼아야겠다는 입각점을 세워준 고마운 책입니다.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좀 두꺼운 책이라 휴대하고 다니기에 좀 힘든 책이라 한 권을 더 사서 분철을 할까 고민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책'에 대한 말을 남기며 책 추천을 마칩니다.

'훌륭한 책이란 것은 그것을 읽는 우리가 자기 자신을, 자기 주위의 사회를,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를 돌이켜 보고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힘 때문에 우리는(물론 '착한 마음'으로) 그런 훌륭한 책을 많이 읽어 보려고 노력할 때 실제로 인간답게 착하게 살아보겠다고 안간힘으로 발버둥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것입니다.'

덧 : 서준식님은 편지를 참 잘 쓰는 사람입니다. 그 분이 쓰신 최근 책에 두 딸에게 쓴 편지들을 모아 놓은 것이 있더군요. 보고 또 감동했더랬지요.
편지...손에 잡히는 편지를 받아본지가 꽤 되는군요. 종이 편지를 써보고 싶은데 왜 이리 게으른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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