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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3.08.26 14:05

자격과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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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보건지소는 한방진료실이다.
진료실은 2층인데 스물여섯 된 의사선생님이 있고 간호사는
서른네 살 된  아기엄마다.
그리고 1층에는 양의사 한 사람, 간호사 3명과 행정여직원이
한 명있다.

우리 한방진료실 의사와 간호사는 내가 처음 오던 날부터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이곳은 보건소라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서로 선생이라는
호칭을 쓴다.
그렇다하더라도 공공근로 아줌마에게 같은 호칭을 쓰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들은 나를 그렇게 불렀다.
사실 나는 호칭 같은데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그 둘이 호칭으로나마 대접해주는 마음은
참 고맙게 생각한다.

또 내가 첫날 화장실 청소를 할 때도 우리 간호사가
함께 하자고 먼저 제의를 해서
함께 했다. 이제는 내가 청소전문가가 되어서
억지로 말려서 그만 두게 하고 혼자서 한다.
두 사람은 성품도 좋고 가정교육을 잘 받은 사람 같아서 그들의 모친이
누굴까 자꾸만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한의사의 나이가 우리 작은아이와 같은데도 아주 의젓하다.
그런 한의사에게
나는 병원 청소아줌마가 원장선생님께 보내는 존경심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갖출 예의를 다 해서 대화한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도 다른 사람이 보면 저럴까 하는 생각을
매일 한다. 간호사의 행동도 예쁘고 품이 넓어서 나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뜨거운 동지적 악수를 나누었다.
그러면서는 내가 보낸 30대를 떠올리며 반성한다.

어쨌든 우리는 첫날부터 의기투합해서 잘 지낸다.

난 언제나 발전하고 향상되기를 꿈꾸었다.
발전이란 위로 오르는 것이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위로 오르는 것이 환경적인 발전이라면 아래로 깊이를 더하는 것은
정신적인 향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마치 나뭇가지는 하늘로 향해 팔을 벌리지만 뿌리는 땅속 깊이
내려야 비로소 거목이 될 기본틀을 이루는 것처럼
나의 생활에도 위, 아래로 경험을 두루 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건강한 삶이 되기를 원한다.
내가 공공근로를 계속하는 이유는 이런 균형을 가지고 싶어서이다.

나는 보석이나 모피에는 관심이 없지만 예쁜 옷과 구두,핸드백
같은 것에는 소홀히 하지 않았다. 내게 어울리는 옷이 있으면
다소 비싸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구입한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를 합리화하는 방법은
'나 아닌 다른 여자 한 사람이라도 비싼 옷을 입는다면 나도 입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런 논리로 살았다면 아래로의 자격도 적용해야만 공평하다.

나 아닌 다른 아줌마가 공공근로 한다면 나도 할 자격이 있지 않을까?

프랑스 혁명 때,'올랭프 드 구주'라는 연극배우가 있었다.
그 여인은 여성의 참정권을 외치다가 단두대를 피로 물들이고
이승을 떠났다.
그 여인이 단두대에 서서 한 말이 유명하다.

"여성이 단두대에 올라 설 권리가 있다면 의정 단상에 오를 권리도 있다."

참 멋진 여성이었다.
그런 사람 덕분에 우리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투표권을 얻었다.
그는 목이 잘리는 고통으로 죽었지만 오늘 우리가 여성 법무장관을
가질 수 있도록 세상 여성들의 가슴에 소중한 씨앗 하나
묻어 놓고 떠난 사람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가슴에 씨앗 하나 묻을만한 일을 하면서 살지는
않은 것 같다.
단지 우리 가족만을 위해서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을 좀더 넓게 보면서 살고 싶다.
무임승차로 지나온 것 같은 세상에 빚을 갚아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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