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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3.08.28 17:39

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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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 지났다.
아침에 사무실에 와도 컴퓨터가 없으니 답답하다.
자판에 익숙해서 나는 펜으로는 글을 못 쓴다.
저녁에 집에 가서 내 컴퓨터로 글 쓰려면 낮보다 능력이 훨씬 떨어진다.

그래도 점심시간에 우리 한의사 선생님 것 살짝 쓰고
일찍 퇴근하고 가면 내가 집에 갈 때까지 한 시간쯤 쓸 수 있다.
내가 의사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 쓰는 것을 1층에서 올라온 간호사가 보고
놀라 자빠지는 걸 보았다. 그래도 나는 내 것처럼 묵묵히 자판을 두들겼다.

아침에는 할머니 환자가 오셔서 2층에 근무하는 세 사람 가운데서
내가 나이가 제일 많으니 나를 의사인 줄 알고 한참이나 증상을 이야기했다.
난 또 그것도 모르고 외로운 분 심심해서 그러나 싶어 열심히 들었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우리 중에서 나이가 제일 어린 사람이 한의사인데 침을 잘 놓는 모양이다.
입소문이 나서 하루하루 환자가 밀리니 말이다.

어떤 할아버지는 오셔서 내가 누구냐고 물은 적도 있다.
의사 가운도 입지 않았고 간호사 유니폼도 입지 않고
u대회 기념 노란 티샤쓰를 입고 있으니
무시기 '노란 손수건'이 유행하더니 요즘은 왜 모두 노란 티를 입고
있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나는 기념 티라고 설명하고 내가 누군지 물으신 답으로는
내가 이곳 원장이고 저기 젊은 아그들이 날 도와주는 사람이다 라고 했다.

그 소리를 들은 의사와 간호사는 어금니가 보이도록 웃으면서 맞다고 맞장구를 쳐서
그 할아버지는 무지 신뢰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공공근로든 뭐든 재미는 있다.
간호사랑 의사랑 함께 점심먹고 또 퇴근 전에 간식 먹고
환자 없을 때는 책 읽고 잡담하고 정말 재미있다.

왜 나는 뭐든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사실은 속상해 죽을 지경인 일도 있고 돈도 겁나게 많이 벌어야 하는데 말이다.
언젠가 숲에서 만난 남자 나무님이 말한 게 기억난다.

'처음에 신 선배 보았을 때 좀 모자라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무래도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요즘은 정말 모자라는 사람이 아닐까 의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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