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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울리지 않게 드라마 예찬자다. 매일 주욱 하는 드라마는 시간을 쪼개야 하는 처지기에 아예 친할 생각조차 하질 않지만, 주에 한번하는 문화방송의 "베스트극장"이나 한국방송의 "드라마시티"는 거의 빠지지 않고 챙겨본다. 교육방송의 "학교이야기"나 "원작으로 보는 동화"같은 것도 챙겨 보는 편이다.

혼자 살고 더구나 교대근무를 하는 처지라 생활의 줄기가 없는 형편이라, 신문이 오면 빨강 크레용으로 오늘 예약 녹화할 프로그램을 골라놓고서는 집을 나서기전에 예약해놓는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이렇게 예약을 해놨다간 한밤중에 집에 들어가서 한 편씩, 거기에다 맥주도 갖다놓고 울을지 모르니깐 수건도 갖다놓고, 그리고 불을 끈다음에 드라마에 쏙 빠져서 보는 재미는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다.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 한편은 왠만한 소설 한권 읽은 감동을 주는데, 이런 식으로 나의 텔레비전 이용으로 인해 비디오를 빌려보거나 영화를 보는 일은 나에게 거의 없다. 왜려 이렇게 나만의 공간에서 언제든지 극중으로 빠져들 드라마와 일체를 이룰 자세를 하고서 보는 텔레비전은 돈도 안들이면서 정서를 맑게 해주는 여러가지를 한 꺼번에 얻는 나의 오락인 셈이다.  

그런데 참으로 몇년만에, 아마 나를 가장 감동 시켰던 것은 아무래도 "모래시계"였을 듯 싶은데, 여하튼 그 이후로 이렇게 나를 울리고, 운명은 그리고 사랑은 또 그렇게 그들을 서로 빗겨가기만 하는지에 대한 아픔의 여운들로 인해 뒤척이게하고, 극중에서는 나무 맘이 아파서 그런지 꿈 속에라도 잘 되길 바라는 마음때문에 그런지 주인공이 꿈에도 나타나게 만드는 드라마가 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한데, 2주후면 끝난단다. 그래서 조금은 창피함을 무릅쓰고 아직 감동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이 혹 있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알려주고 싶었다. 짐작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문화방송의 월화 드라마 "다모"다.

내 생활이 하두 경황이 없어서 보통 예약녹화해놓은 프로그램을 볼 때는 실제 방영시간과 1달 정도 뒤쳐져서 보는데, 이렇게 밀린 녹화테잎을 보는 것도 나에겐 숙제더. 어쩌다가 "다모"녹화한 것을 보다가는 시작이 심상치 않아서 주욱 쌓아놓은 테잎을 다 뒤져서 4편을 본적이 있다. 창밖이 환했음은 어련한 말씀이다.  

흔한 말로 흥행을 이룰 요소들을 다 갖추어서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이를 본 사람도 다 할 수 있는 이야길 테고, 여하간에 나에겐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태도나 말씨, 맘 씀씀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 등은 요즘 찾아보기 어려운 격식과 절제들로 인해 더욱 그 드라마에 빠지는 모양이다. 더구나 내 하고픔과 열망을 가슴속으로 다독이고 다독여서 절제되고 압축된 말로 표현할 땐 압권이다. 그 한 편, 한 편들은 다른 드라마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영화를 보는 듯 한데, 참으로 공들여서 만들었음을 느낄 수 있다.

얼마전에 "나무에게"형이 장경태는 무슨 음악을 듣고 지내냐고 물었는데, 난 요즘 "다모"에 푹 빠져서 지낸다. 그 드라마의 배경음악 또한 한층 극중의 인물들이 처한 상황들을 나의 것으로 전이시켜서는 한 껏 감정을 고양시키는데, 조관우가 부른 "마지막 안식처"를 듣고 있으려면 그냥 코끝이 시끈해지면서 엉엉 울게 만든다. 이건 아마 혼자 살기 때문에 느끼는 즐거운 청승일 거다. 이렇게 가끔 드라마 속으로 나를 푹 빠뜨려서 그들의 슬픈 운명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소소한 행복을 함께 느끼기도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어디 책만 본다고, 음악만 듣는다고 멋있는 사람일까? 때론 바보가 되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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