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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님의 나이는 마흔 살>

앞서 말한 것처럼 신 선생님을 직접 뵙기 전에 저는 꿈에서 신영복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때 꿈에서 선생님은 제게 '중봉을 지킬 것'을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나 저는 신영복 선생님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것이 아니면 안된다고 여기고 있으니까요.
누구를 만나러 간다는 것은 그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기에 함부로 할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나에게 요청을 하지 않은 채로 단지 나의 요구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는 것은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요.
신영복 선생님은 제가 판단하기에 사회적 활동의 한 복판에 서계신 분이었습니다. 연구하고 실천하는 삶 전체가 사회적 삶이 될 것을 선택하신 분이지요. 역사적 삶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입니다.더구나 선생님은 20년이라는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으니 출옥 후의 생활이 얼마나 새록하고 소중하시겠습니까. 매 순간순간이 반짝이는 순간이 아닐 수 없으리라 여겨집니다.
2002년도인가 신영복 선생님의 환갑 잔치에 얽힌 얘기는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주변 사람들이 선생님 몰래 환갑 잔치를 준비했답니다. 물론 선생님께는 알리지 않으셨죠. 허락하지 않으실테니까. 그냥 선생님을 어느 장소로 모셔 놓고 박수를 치며 환갑을 축하한다고 하자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나는 감옥에서 20년을 보냈으니까 아직 마흔살 밖에 안됐는데...."

마르크스의 전기소설 '프로메테우스'의 저자 갈리나 이오스포비나 셀레브리아코바는 서문에서 이런 고백을 합니다.

'그 무렵 나는 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모로조프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대학자로서 일찍이 용감한 볼세비키 당원이었는데, 치바라치치와 벨로프스카야의 친구였으며, 셰리셰얼프 요새에서 거의 20년간을 홀로 수감생활을 한 인생 경험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나이에 비해 의외로 젊었고, 해박한 지식과 삶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모로조프는 "대자연은 감옥에서 보낸 시간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다는 사람이 그에게 나이를 물을 때 그는 수감된 동안의 시간을 제한 나이를 말했다.'

제가 선생님의 시간을 앗아낸다는 것은 몹시 저어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겐 행운이 많이 따라다녔습니다.
신영복 선생님과 함께 성공회대학에 계시는 분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것도 제가 살고 있는 옥천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참 고마운 일이지요.
2000년 8월 옥천에서 조선일보 바로보기 시민모임이 결성되고 조선일보 구독 중지 운동이 시작된 이래 옥천에서 해마다 8월이면 조선일보 반대세력들이 모이곤하는데 이곳에 성공회 대학의 최영묵 교수가 오십니다. 그때 당시 한겨레 신문에 매체 비평 관련 글을 쓰시는 분이셨는데 그분에게 신영복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몹시 설레었습니다. 신영복 선생님 신변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서 직접 전해 들은 것은 이철수 화백에 이어 그것이 두 번째 였습니다. 조선일보 반대 행사현장에서 저는 부채에 글씨는 써주고 있었는데 제가 신영복 서체를 쓰는 것을 보고  자연스레 신영복 선생님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신영복 선생님과 아래 위층의 사무실을 쓰며 조기 축구회 회원으로 수시로 만난다는 말씀을 하실 때 저는 '인연'이 가까워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신영복 선생님 환갑 잔치 이야기는 바로 최영묵 교수를 통해서 들었던 겁니다.
'인연'이 닿으면 만날 것이고 그것은 억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인연이 만들어지니 어찌 아니 기뻤겠습니까.
만나고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일었습니다.

<만남 이전의 설레임과 환상을 손상시키지 않는 만남>

그후 저는 인터넷상의 더불어 숲 모임 통하여 2001년 겨울 모임에 나갔습니다.
모임을 진행하는 분들의 말씀으로는 신영복 선생님의 참석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했지만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갔습니다.  
오랫동안 가슴에 간직한 사람을 만나는 기쁨은 말로 다 표현되지 않지요. 표현해서도 안 될 것 같고요. 선생님은 모임의 행사가 약간 진행된 후에 나타나셨습니다.
작은 체구의 인자한 얼굴을 하신 신영복 선생님이 강당에 들어서는 순간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히 기억됩니다. 약간은 몸을 앞으로 굽히시며 걷는 분위기, 날렵해 보이는 발걸음, 손과 어깨를 앞으로 모아놓으려는 듯한 조심스러운 몸짓.
저는 그 첫 만남의 순간을 꼼꼼히 기억해 두고 있습니다. 그 첫번 째 만남은 그저 뵙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뵙는 것이 전부여야했습니다. 그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만남은 대부분 만남 이전의 설레임과 환상을 약화시킵니다. 그동안 제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만남 이전보다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저는 문학 모임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곤했었는데 글이 그 사람의 실상을 알게 하는데 방해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설레임과 환상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았습니다.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알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이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부터
형성된 것들이지요.
가장 많은 시간은 물론 선생님께서 붓으로 쓰신 한글의 예술적 맛이었지요.
나중에 좀더 긴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우선 저는 선생님의
한글 서체에서 '자각한 민중의 미래 지향적 움직임'을 읽습니다.
선생님의 글씨에는 이전의 한글 서예인들이 표현하지 못했던
'노곤함'의 민중적 미학이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글씨를 볼때마다 저의 등 뒤로 스치는
'서늘한 귀기(鬼氣)'말해두고 싶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주는
'처절하고 아득하며 어둡고 그러나 따뜻하기 그지없는 깊은 사색'의 분위기,
세계 여행기 '더불어 숲'통하여 보여주신 것:세계를 해석하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구도의 분위기,

그리고 다른 글, 이를테면 강연회에 초청되어 하신 말씀들이 채록되어 보도된 경우나 잡지에 기고하신 글들을 통하여 얻게되는 인상들.
지식을 넘어 지혜에 이르게 하는 물결에 몸에 맡기는 자세나
이상과 현실의 길항력을 가장 섬세하게 파헤치는 지식인의 모습.
이론과 실천의 구체적 방법을 선명하게 제시하며
산문이자 시이며 시이자 산문인 새로운 문체를 제안하는 것,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의 변주곡인 문체 속에
삶의 매 순간순간을 남김없이 사색의 대상으로 잡아내여
아주 사소한 일상의 사건에서조차 전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잡아내는 혜안.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그런 인상들은 그날 아주 구체적인 '몸'으로 저의 가까이에 존재했습니다.

가까이 있는 것이 가슴 설레는 것. 애인이라는 얘기죠.
첫 만남은 두어시간 정도 신영복 선생님 가까이 있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더불어 숲' 모임은 퀴즈 행사를 통하여 신영복 선생님을 더 가까이 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사람과의 짧은 해후.
그리고 헤어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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