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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날나다가, 제가 좀 뜸한 듯 싶어 한겨레에 실었던 글을 올립니다. 사실 여기저기 써논 글들을 관리하기도 어렵고, 해서 무조건 이 곳에 올려놓으면 자연스럽게 제 글의 자료창고느릇도 할 거라는 생각이 이렇게 늦게 올리는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 글은 사실 민주노총에 짜증이 나서 썼던 겁니다. 그 상투적인 총파업 운운이 듣기 싫었고, 자신의 역량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전투적인 모양을 띠어서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지금의 노동운동이 소외된 노동자들을 과연 조금이나 배려라도 했었던가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더욱 한국노총이 머리띠 두루고 하는 꼴불견은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불량한 맘들을 꾹꾹 누르면서 썼던 글입니다. 한참 지난 글입니다만, 노동운동이나 우리 사회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조그마한 생각거리는 있을 거라 싶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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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0시간 노동제를 둘러싼 노·사의 첨예한 대립은 미래를 위한 실험들이 지금 같은 풍토에서 어떻게 시도되고 보호될 수 있을지 걱정하게 만든다. 우리 공동체가 이나마 유지되고 있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상대방을 탓함은 그들이 속한 집단의 선명성은 과시되겠지만, 우리 모두가 떠 안아야 할 더 큰 잠재적인 상처들을 만들어내는 꼴이다.

선진국에서 1·2차 대전 사이에 도입된 노동시간단축은 경기호황이나 생산성과 별로 관계가 없다. 오히려 경제 불황이 야기할 사회적 불만에 의한 혼란의 예방이 더 큰 이유였다. 이는 협소한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고통을 함께 나누고, 해체되는 사회를 통합시켜 사회구조를 안정시키는 사회정의와 민주주의의 문제다. 그러나 절대 양보할 수 없음의 노·사간 다툼은 이러한 더 큰 사회적 가치들을 놓치는 모습이다. 그런 한편의 아쉬움은 사회 주체로 인정받았던 기억이 없는 노동으로서는 억울하겠지만, 그들이 사회연대와 민주주의라는 근본적인 의제설정의 지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나는 이런 기대를 재계에 바라지 않는다. 그들이 부인한다하더라도 우리 역사 속에서 너무나 많이 만들어낸 원죄들을 뉘우칠 반성능력을 상실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지불능력이 뻔한 중소기업들이 기존의 익숙한 경영활동의 관성체제에서 벗어나 어떻게 변화된 상황을 따라갈 수 있을까. 그리고 심각한 청년실업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따라서 여기에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무엇이 있다. 국가의 세금지원과 기존 노동자들의 협조 없이, 새로운 부담의 상당부분을 개별기업이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에서 타협은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상당한 양의 고용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노동시간 단축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전면확대시기를 앞당기고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정의 공동부담 논의와, 노동시장의 문을 걸어 잠그고 고용을 보장받아온 신자유주의 정책에 편승했던 노동의 이기심을 흔들어 일자리를 나누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성숙을 바탕으로 한 공존의 목표를 공유한다면, 개별집단의 이해와 정파의 견해를 양보할 수도,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의 입장을 수정하면서 더 좋은 목표를 위한 방법들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는 노와 사, 정부와 언론, 여와 야 어느 곳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 불행하게도 함께 공유하고 합의할 공동체적 가치를 만들 주체가 설 수 있는 토양이 부재한 실정이다.

나는 출근할 때마다 인간적인 모멸을 느낀다. 낮 근무는 주57시간, 밤 근무는 15시간 30분을 지하콘크리트 속에 매여있으면서 노동시간은 11시간 30분으로 계산되는 희한한 노동체제로 들어간다. IMF이후 신림역의 경우 15명이 줄은 상태에서 노동시간은 늘고 정년은 줄었다. 공기업인 서울 지하철 공사의 사정이 이렇다면 여타 중소기업은 어떨 것인가. "중세적 노예노동체체"보다 못한 비인간적이며 반문화적인 노동사회에서, 사회와 역사의 총체인 "나"는, 노동세계의 비민주주의적 기풍이 만들어내는 감내하기 힘든 인간에 대한 끝없는 경멸의 거북한 역류와 피곤한 신경전을 해야한다. 때문에 출근과 동시에 인간이 아닌 희망도 슬픔도 느끼지 못하는 '노동기계'로 모드를 전환해야만 버틸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어떻게 노동자의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으며, 더 나은 사회를 함께 모색할 수 있겠는가.

노동의 재협상요구는 차라리 안보면 좋았을 못 볼 것까지 본 지경에 이른 당사자들의 상처를 헤집는 일이며, 주5일 근무제를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 설사 노동자에게 유리한 합의안을 끌어냈다 하더라도 완고하기 이를 데 없는 보수 지배층을 대표하는 한나라당이라는 더 큰 벽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의 정부안이 바로 현재의 노동운동이 추락한 사회적 좌표를 나타내는 것이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한 저신뢰사회임을 뼈아프게 받아들이자. 잠정적으로 논의를 매듭짓고 더 큰 호흡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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