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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3.10.02 12:53

맨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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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사람들의 관심은 부안으로 쏠려 있는 듯하다. 나라 안의 누구도 반기지 않는 손님(?)인 '핵폐기물처리장'을 스스로 초대했다가 군민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해 쓰러진 부안 군수의 이야기가 신문마다 떠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 관심의 주인공인 부안 군수는 가난한 어부의 아들이었다. 그는 작은 섬마을 위도에서 초등학교를 마쳤지만 아버지를 도와 고기잡이를 하느라 중학교도 진학하지 못했다. 어린 그는 가난이 정말 싫었다. 자신을 옭아맨 가난을 이기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소년을 일깨워 '맨주먹'으로 전주유학을 결행하게 했다.
그는 고학으로 대학공부까지 마치고 전례 없는 정치적 맨주먹으로 또 부안군수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맨주먹만 믿었지 주민들의 그것이 얼마나 매서운지는 미리 알지 못했다.

핵폐기물처리장을 부안으로 부르는 신청을 혼자의 생각으로 결정했다. 당시 군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에는 시간이 짧았다고 해명했지만 군 의회 의견마저 무시한 채 감행한 신청은 믿었던 지지자들로부터 주먹세례를 받는 불행을 초래했다.

군수는 정부의 지원 없이 오로지 맨주먹으로 주민들을 설득하러 나갔다가 집단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뉴스방송으로 전국에 생중계 되면서 쓰러졌다. 가난한 어부의 아들을 군수로 키워준 고마운 맨주먹이 폭력으로 변하는 무서운 순간이었다. 주민들은 무기 조각 같은 것은 손에 잡지도 않았다. 오직 맨주먹으로 군수를 때렸는데 건장하던 남자가 폭풍에 꺾이는 나무처럼 쓰러졌다. 그는 지금 대화조차 불가능한 환자가 되어 병상에 누워있다. 그 작은 주먹이 모여 야심 많은 한 사람을 때려눕힌 것이다.

우리는 맨주먹을 너무 얕보는 것 같다. 흔히 '누구는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성공했다'면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사람처럼 추켜세운다. 맨주먹이란 말 그대로 손에 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는 의미이고 그럼에도 성공했다는 것은 혼자 노력한 공이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맨주먹은 무가 아니다. 무에서 출발해서 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맨주먹을 쥘 손이라도 있어야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맨주먹마저 없는 사람은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해도 가난한 소년이 군수가 되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맨주먹, 사람들이 얕보는 맨주먹이란 얼마나 무서운가? 한 사람을 크게 키울 수 있는 능력이고 물리적 힘이 되어 죽일 수 있는 폭력이다. 또한 맨주먹이란 휴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사각의 링 위에서 오로지 두 주먹만으로 자신을 방허하는 권투선수는 초를 다투는 시간 안에 링에서 내려와 글러브를 벗고 맨주먹이 되어 편히 쉬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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