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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교수 사태가 최근 신문과 방송뉴스의 전면을 장식하고 있다.한나라당과 조선,중앙,동아일보가 핑퐁식으로 주고받는 발언과 보도에 따르면 송교수는 간첩이다.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간첩은 비밀리에 적국의 내정,동정 등을 탐지하여 보고하는 사람,또는 자기 나라의 비밀을 입수하여 적국에 제공하는 사람이다.이런 원론적 의미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송교수는 간첩,그것도 보통 간첩이 아니라 "위장잠입으로 한반도를 '붉게'물들이려 한 분단 이후 최대의 간첩"이다(한나라당 박주천 사무총장).지난달 37년 만에 돌아와 민주화된 고국을 확인하고 어려움 속에 기다려온 보람을 느끼고 싶다던 송교수로서는 아무리 할 말이 많아도 간첩,용공,친불이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남한사회에서 벗어나기 힘든 모자를 쓰게 됐다.

그러나 간첩의심은 송교수에서 끝나지 않는다.*홍준표 의원:"국민을 상대로 송씨의 정체를 왜곡하는 총체적 기획팀이 있다" *정형근 의원:"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정원의 고위 간부 등(송교수 추종인사들이)현 정부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윤성 의원:송씨를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으며 "송교수에 대해서도 우호적 편향성을 가지고 보도한 KBS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이적단체 선전방송".

이런 말들이 연이어 조,중,동 등을 비롯한 도하 신문들에 '따옴표 저널리즘'으로 보도되고 악의적인 칼럼들이 실리면서 사상검증의 바람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송교수 사건을 두고"색깔이니,이념이니,매카시즘이니 말하는 사람 자체가 (이 사건과)관련됐다는 의심을 받아야 한다" 고 동동연히 말하고 있다.

이러한 사상검증 바람 속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송교수에 대한 차분한 논의는 거의 불가능하다.더군다나 거짓말쟁이니 위선자니 나아가 교수신분에 대한 의심까지 제기되면서 그의 인격을 거론하는데 이르면 그를 이해하고자 하는 어떤 노력도 허망한 것이 된다.이해하는 것과 옹호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것이다.37년 동안 고향에 돌아올 수 없는 감옥 아닌 감옥생활을 겪은 그의 고통,망명객으로서 그가 겪었을 혹독한 정신의 시련과 사상적 모색,그리고 유신 이래 독일에서 그가 전개한 반유신 독재 투쟁은 모두 북한과의 연계속에서 이루어진 일들로 치부되면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이렇게 된 데에는 송교수 자신의 책임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자신의 과거 위치나 행적 등에 대해 처음부터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이렇게 저렇게 말을 바꾸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송교수 사태는 사상검증의 바람으로 대처할 일이 아니다.송교수 사태는 오히려 아직도 남한사회가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이념적 갈등과 대립문제의 실체를 살피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1차적으로는 송교수에 얽힌 이런저런 일들을 밝히는 일이지만,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위태로운 선택과 행적에 대한 이해를 통해 60년이 다 되도록 뿌리깊게 얽혀있는 남과 북의 대립,좌우 이념의 대립을 넘어 우리 민족과 사회가 화해와 공존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일이다.
작가 최인훈은 1960년 10월 작품 '광장'을 처음 발표하면서 그 서문에 "아시아적 전제의 의자를 타고 앉아서 민중에겐 서구적 자유의 풍문만 들려 줄 뿐 그 자유를 '사는 것'을 허락치 않았던 구정권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서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썼다.

송교수 사태를 빌미로 사상검증의 날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서구적 자유의 풍문만 들려줄 뿐 그 자유를 '사는 것'을 허락치 않는"이들이다.
이런 점에서 아직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의 꽃은 채 다 피우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송교수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미완의 과제는 바로 그것이다.

                                                                                     김평호<단국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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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잔잔하게 가슴을 적셔오는 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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