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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3.10.19 11:42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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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일동안이나 외롭고도 처절한 투쟁을 하다가신 님의 영전에...

그것은 개인만을 위한 죽음은 아니었을겁니다.












>김주익 지회장이 농성을 벌이던 크레인 위에서 두 개의 유서가 나왔다. 하나에는 지난 추석 이틀 전인 9월 9월 쓴 것으로 되어있고, 다른 하나는 10월 4일 날짜가 적혀있다.
>
>이에 따라 김 지회장은 오래 전부터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
>다음은 현장에서 발견된 두개의 유서 전문이다.
>
>(10월 4일자 유서)
>조합원 동지 여러분. 회사의 경영진들은 우리 노동자들을 최소한의 인간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를 끝내 거부하고 말았습니다. 대의원 이상 간부 동지들, 그리고 조합원 동지 여러분.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투쟁은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승리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노동조합을 사수할 수 있고, 우리 모두의 생존권도 지켜질 수 있습니다.
>
>동지들. 나의 주검의 형태가 어떠하든간에 나의 죽음이 있을 곳은 85호기 크레인입니다. 이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나의 무덤은 크레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죽어서라도 투쟁의 광장을 지킬 것이며, 조합원의 승리를 지킬 것입니다.
>
>(9월 9일자 유서)
>유서.
>오랜만에 맑고 구름 없는 밤이구나. 내일모래가 추석이라고, 달은 벌써 만월이 다 되어가는데, 내가 85호기 크레인 위로 올라온지 벌써 90여일. 조합원 동지들의 파업이 50일이 되었건만, 회사는 교섭한번 하지 않고있다. 아예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을 말살하고, 노동조합에 협조적인 조합원의 씨를 말리려고 작심을 한 모양이다.
>
>노동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 그런데도 자본가들과 썩어빠진 정치꾼들은 강성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아우성이다. 1년 단기 순이익의 1.5배∼2.5배를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경영진들, 그러면서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어렵다고 임금동결을 강요하는 경영진들, 그토록 어렵다는 회사의 회장은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거액의 연봉에다 50억원 정도의 배당금까지 챙겨가고, 또 1년에 3500억원의 부채까지 갚는다고 한다. 이러한 회사에 강요하는 임금동결을 어느 노동조합, 어느 조합원이 받아들이겠는가.
>
>이 회사에 들어온지 만 21년. 그런데 한달 기본급 105만원. 그중 세금들을 공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80몇 만원. 근속 년수가 많아질수록 생활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할텐데, 햇수가 더할수록 더욱더 쪼들리고 앞날이 막막한데, 이놈의 보수언론들은 입만 열면 노동조합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니, 노동자는 다 굶어 죽어야 한단 말인가.
>
>이번 투쟁에서 우리가 패배한다면, 어차피 나를 포함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 한사람이 죽어서 많은 동지들을 살릴 수가 있다면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경영진들은 지금 자신들이 빼어든 칼에 묻힐 피를 원하는 것 같다. 그래, 당신들이 나의 목숨을 원한다면, 기꺼이 제물로 바치겠다.
>
>하지만 이 투쟁은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 잘못은 자신들이 저질러놓고 적반하장으로 우리들에게 손해배상 가압류에 고소 고발에 구속에 해고까지. 노동조합을 식물노조로, 노동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들려는 노무정책을 이 투쟁을 통해서 바꿔내지 못하면, 우리 모두는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승리할 때가지 이번 투쟁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
>그동안 부족한 나를 믿고 함께 해준 모든 동지들에게 고맙고 또 미안할 따름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 것. 40년의 인생이었지만, 남들보다 조금 빨리 가는 것 뿐. 결코 후회는 하지 않는다.
>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집사람과 아이들이게 무엇 하나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헤어지게 되어서 뭐라 할 말이 없다. 아이들에게 휠리스인지 뭔지를 집에 가면 사주겠다고 크레인에 올라온지 며칠 안되어서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조차도 지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
>○○아, ○○아, ○○야. 아빠가 마지막으로 불러보고, 적어보는 이름이구나. 부디 건강하게 잘 살아주기 바란다. 그리고 여보. 결혼한지 10년이 넘어서야 불러보는 처음이자 마지막 호칭이 되었네. 그동안 시킨 고생이 모자라서 더 큰 고생을 남기고 가게되어서 미안해. 하지만 당신은 강한 데가 있는 사람이라서, 잘 해 주리라 믿어. 그래서 조금은 편안히 갈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저 높은 곳에 올라가면 먼저 가신 부모님과 막내 누나를 만날 수 있을 거야.
>
>그럼 모두 안녕.
>
>2003년 9월 9일
>김주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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