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꽃나무

by 혜영 posted Oct 19, 200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꽃나무

도종환


꽃나무라고 늘 꽃 달고 있는 건 아니다
삼백예순닷새 중 꽃 피우고 있는 날보다
빈 가지로 있는 날이 훨씬 더 많다
행운목처럼 한 생에 겨우 몇번
꽃을 피우는 것들도 있다

겨울 안개를 들판 끝으로 쓸어내는
나무들을 바라보다
나무는 빈 가지만으로도 아름답고
나무 그 자체로 존귀한 것임을 생각한다

우리가 가까운 숲처럼 벗이 되어주고
먼 산처럼 배경 되어주면
꽃 다시 피고 잎 무성해지겠지만
꼭 그런 가능성만으로 나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빈 몸 빈 줄기만으로도 나무는 아름다운 것이다

혼자만 버림받은 듯 바람 앞에 섰다고 엄살떨지 않고
꽃 피던 날의 기억으로 허세부리지 않고
담담할 수 있어서 담백할 수 있어서
나무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다

꽃나무라고 늘 꽃 달고 있는 게 아니라서
모든 나무들이 다 꽃 피우고 있는 게 아니라서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