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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번 댕겨 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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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힘겨웠고, 가난했으며 외로웠을지라도, 아름다움의 따스함으로 기억됨은 다시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서 많아진다는 것과, 다시 회생 시킬 수 없는 추억들이 그렇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거기에다 어느새 흔적도 남아있지 않는 송아지 눈망울 같이 착하고 맑은 소년적 정서의 사라짐은 문득 문득 서러워지게도 한다.  어쩌면 현실에서 만나는 아픔들을 끊임없이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내면서 그게 살아가는 동력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는 가만 가만 읽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리고 나에게서 돌아오지 않는 것들과 내가 누군가에게 돌아오지 않음의 기억과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들이 아프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내 정서를 얹어 조그만 소리로 읊으면 싸아하게 닦이는 느낌이다. 다시 읽으면 내가 만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 더 소중하고 고마워진다. 삶에서 만나는 소소함들이 아름다운 것들로 화학변화를 일으키면서 나의 정서를 만드는 구나 싶다. 그래서 나도 돌아오지 않는 것들로 인하여 몸살을 앓는 소년의 감수성을 갖고 싶어진다. 신진대사를 흔들어놓는 외부의 환경적 요인이 아닌, 나의 맘과 정신을 흔들어버리는 그 무엇들로 앓을 수 있음은 인간됨으로 얻게되는 환희가 아닌가 싶다. 더 긴 사설은 이제 그만하고. 여러분들 각자의 느낌으로 따스한 온기를 채운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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