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길
                       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번 댕겨 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
과거가 힘겨웠고, 가난했으며 외로웠을지라도, 아름다움의 따스함으로 기억됨은 다시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서 많아진다는 것과, 다시 회생 시킬 수 없는 추억들이 그렇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거기에다 어느새 흔적도 남아있지 않는 송아지 눈망울 같이 착하고 맑은 소년적 정서의 사라짐은 문득 문득 서러워지게도 한다.  어쩌면 현실에서 만나는 아픔들을 끊임없이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내면서 그게 살아가는 동력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는 가만 가만 읽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리고 나에게서 돌아오지 않는 것들과 내가 누군가에게 돌아오지 않음의 기억과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들이 아프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내 정서를 얹어 조그만 소리로 읊으면 싸아하게 닦이는 느낌이다. 다시 읽으면 내가 만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 더 소중하고 고마워진다. 삶에서 만나는 소소함들이 아름다운 것들로 화학변화를 일으키면서 나의 정서를 만드는 구나 싶다. 그래서 나도 돌아오지 않는 것들로 인하여 몸살을 앓는 소년의 감수성을 갖고 싶어진다. 신진대사를 흔들어놓는 외부의 환경적 요인이 아닌, 나의 맘과 정신을 흔들어버리는 그 무엇들로 앓을 수 있음은 인간됨으로 얻게되는 환희가 아닌가 싶다. 더 긴 사설은 이제 그만하고. 여러분들 각자의 느낌으로 따스한 온기를 채운다면 좋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25 '더불어숲'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5 뚝딱뚝딱 2013.06.16
3324 2012년 성공회대 종강콘서트 차임벨연주 뚝딱뚝딱 2012.12.16
3323 2012년 12월 13일 (목) 성공회대학교 종강콘서트 뚝딱뚝딱 2012.12.07
3322 제10기 청년 인권학교 - 인권을 배우자, 그리고 행복해지자! 인권연대 2012.12.05
3321 한국헤르만헤세 출판사입니다 1 박형희 2012.12.04
3320 대란(大亂) 노동꾼 2012.12.02
3319 서화달력 관련하여~~ 1 소영 2012.11.16
3318 좋은 그림 학습자료 이용가능한지요? 바람개비 2012.11.14
3317 이대 대학원 특강(2012.11. 21) - 신영복교수 뚝딱뚝딱 2012.11.06
3316 [인권연대]96차 수요대화모임(2012.11.28) - 신율(명지대 교수) 인권연대 2012.11.02
3315 <더불어숲 고전읽기반> 모임을 시작합니다. 1 웃는달 2012.10.30
3314 제10기 청년 인권학교 - 인권을 배우자, 그리고 행복해지자! 인권연대 2012.10.30
3313 동탄후마니타스아카데미 <특별강좌 신영복 교수님의 "공부-가장 먼 여행"> 1 뚝딱뚝딱 2012.10.26
3312 가짜 희망 1 김영희 2012.10.26
3311 조선대학교 "문화초대석" 강좌 - 신영복과 더숲트리오 뚝딱뚝딱 2012.10.26
3310 신영복 교수의 아름다운 글씨로 만든 그릇들 1 뚝딱뚝딱 2012.10.24
3309 시가선집의 친필 내용.. 박종선 2012.10.22
3308 문의드립니다. 오준택 2012.10.22
3307 선생님, 연락바랍니다. 6 한경실 2012.10.12
3306 문의 디려도 되나 싶으며 여줘봅니다,, 4 이은희 2012.10.07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