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어렸을 때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갈 무렵, 가끔 농협창고에서 비료를 타가던 소 구루마를 얻어타기도 했던, 저 언덕길 휘 돌아진 고개에 희끗 희끗한 깃발과 사람들의 무리들이 보이는 날이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아이고 아이고 하는 곡소리와 어허야 어허야 하는 들멕이는 구슬픈 노랫소리.

우리는 무서워서 저어기 밭뚝으로 도망가곤 했다. 그리고 상여가 지나갈 때 까지 무서운 생각이 우리들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어하기라도 하듯, 생뚱한 놀이를 하다가 상여가 멀어지면 그제서야 신작로로 기어 올라와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아마 그때 아이들은 집에가서도 그 무서운 상여 생각만 했을 거다. 그리고 나도 어머니도 할머니도 죽으면 그렇게 갑갑한 흙속에 묻히는 건가, 그러면 난 누구랑 살지 하는 심난한 생각들로 생숭생숭했다.

초등학교 2학년땐가, 3학년땐가 겨울 방학이었던 모양인데, 양짓말 산 언덕배기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상복을 입은 사람들 틈으로 어떤 아줌마가 춤을 추는 것인지 몸부림을 하는 것인지, 주변에 사람들이 말리는 듯 보이는 가운데 막 솟아올라온 봉분을 끌어안는 듯하며 거칠게 땅바닥으로 몸을 부어대는 모습이 어렴풋하게 다가왔다. 아마 남편을 잃은 자신의 신세가 서러워서, 고생만 하다가 간 남편이 불쌍해서, 이제 불쌍한 새끼들하고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암담함들이 그녀를 부끄럼도 모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모습이 두렵기도 하고 심란하게도 하고 해서 아무도 없고 나 혼자였지만 마루로 나서지 못하고, 문풍지에 구멍을 내고 밖을 내다보았던 기억들이 요즈음 왜 그렇게 생각나는 지 모르겠다. 그렇게 죽음이라는 아주 낯설고 무서운 것들을 그런 식으로 차츰 배워가고 있었다.

당분간 일정한 량의 글을 생산해내야 하는 처지라, 기왕 써야만 하는 일이라면 "글 쓰는 일은 즐겁다"며 자기암시를 걸고 전투하듯 보낸 며칠이었다. 근데 갑자기 우울해져서 못 쓸 것만 같아 여기에 들어오니,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글을 만나서 고맙다. 좋은 글 흔적 없이 읽고 가는 게 미안스러워서 이렇게 끄적여본다.

  1. 예수는 없다.

    Date2003.10.29 By솔방울
    Read More
  2. 신혼인사

    Date2003.10.29 By김영진(영광)
    Read More
  3. 사랑하는 경태씨

    Date2003.10.30 By신복희
    Read More
  4. 좋은 글 고맙게 읽고 갑니다.

    Date2003.10.29 By장경태
    Read More
  5. 북소리

    Date2003.10.29 By신복희
    Read More
  6. 삼성전자 임원 한달월급 이억오천 권노갑 한끼 밥 삼십만원

    Date2003.10.29 By육체노동자
    Read More
  7. 더딘 느티나무-신경림

    Date2003.10.30 By좌경숙
    Read More
  8. 세계양심 초청강연 1 - 오카베 이쯔꼬

    Date2003.10.31 By산처럼
    Read More
  9. 역사의 되풀이

    Date2003.11.01 By솔씨
    Read More
  10. 아직도 신영복 선생님은..

    Date2003.11.02 By이룬이
    Read More
  11. 다시 대구나무님들에게- 제 7회 생명아카데미 "인간복제와 생명윤리"

    Date2003.11.04 By조진석
    Read More
  12. 안녕하세요

    Date2003.11.04 By박시현
    Read More
  13. 친정 어머니

    Date2003.11.04 By신복희
    Read More
  14. 너 진짜 맛나겠다.

    Date2003.11.05 By소나무
    Read More
  15. 잔디밭에 핀 이름모를 야생화

    Date2003.11.08 By서순환
    Read More
  16. ^^ 어제 처음으로 정식 축구 시합을 가졌습니다.

    Date2003.11.09 By배형호
    Read More
  17. 오늘 하루..

    Date2003.11.09 By배형호
    Read More
  18. second

    Date2003.11.11 By신복희
    Read More
  19. 우리는 언제쯤,

    Date2003.11.13 By조원배
    Read More
  20. 우리나라가 유인우주선 발사시 예상되는 각계반응.ㅎㅎ(펌)

    Date2003.11.13 By티니위니
    Read More
Board Pagination ‹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