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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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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갈 무렵, 가끔 농협창고에서 비료를 타가던 소 구루마를 얻어타기도 했던, 저 언덕길 휘 돌아진 고개에 희끗 희끗한 깃발과 사람들의 무리들이 보이는 날이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아이고 아이고 하는 곡소리와 어허야 어허야 하는 들멕이는 구슬픈 노랫소리.

우리는 무서워서 저어기 밭뚝으로 도망가곤 했다. 그리고 상여가 지나갈 때 까지 무서운 생각이 우리들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어하기라도 하듯, 생뚱한 놀이를 하다가 상여가 멀어지면 그제서야 신작로로 기어 올라와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아마 그때 아이들은 집에가서도 그 무서운 상여 생각만 했을 거다. 그리고 나도 어머니도 할머니도 죽으면 그렇게 갑갑한 흙속에 묻히는 건가, 그러면 난 누구랑 살지 하는 심난한 생각들로 생숭생숭했다.

초등학교 2학년땐가, 3학년땐가 겨울 방학이었던 모양인데, 양짓말 산 언덕배기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상복을 입은 사람들 틈으로 어떤 아줌마가 춤을 추는 것인지 몸부림을 하는 것인지, 주변에 사람들이 말리는 듯 보이는 가운데 막 솟아올라온 봉분을 끌어안는 듯하며 거칠게 땅바닥으로 몸을 부어대는 모습이 어렴풋하게 다가왔다. 아마 남편을 잃은 자신의 신세가 서러워서, 고생만 하다가 간 남편이 불쌍해서, 이제 불쌍한 새끼들하고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암담함들이 그녀를 부끄럼도 모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모습이 두렵기도 하고 심란하게도 하고 해서 아무도 없고 나 혼자였지만 마루로 나서지 못하고, 문풍지에 구멍을 내고 밖을 내다보았던 기억들이 요즈음 왜 그렇게 생각나는 지 모르겠다. 그렇게 죽음이라는 아주 낯설고 무서운 것들을 그런 식으로 차츰 배워가고 있었다.

당분간 일정한 량의 글을 생산해내야 하는 처지라, 기왕 써야만 하는 일이라면 "글 쓰는 일은 즐겁다"며 자기암시를 걸고 전투하듯 보낸 며칠이었다. 근데 갑자기 우울해져서 못 쓸 것만 같아 여기에 들어오니,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글을 만나서 고맙다. 좋은 글 흔적 없이 읽고 가는 게 미안스러워서 이렇게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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