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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이문학회에서 기세춘 선생님의 <묵자>공부 책거리를 할때에
       초대손님으로 오셨던 신경림 시인의 옆에 잠시 앉아 있었던 기억이있다.

      사람좋은 얼굴로 참 부드러운 느낌을 주던 분이라고 생각되던데...

     "삶의 진실성이 시의 진실성을 보장하고
     시적 진실은 인간적 진실에서 얻어지는 것이기에
     시와 시인을 분리해서는 안된다" 고 어느 대담에서 말씀하셨다.

      복희누님 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 옮겨본다.


          더딘 느티나무


        할아버지는 두루마기에 지팡이를 짚고

        훠이훠이 바람처럼 팔도를 도는 것이 꿈이었다

        집에서 장터까지 장터에서 집까지 비칠걸음을 치다가

        느티나무 한그루를 심고 개울을 건너가 묻혔다

        할머니는 산을 넘어 대처로 나가 살겠노라 노래삼았다

        가마솥을 장터까지 끌고 나가 틀국수집을 하다가

        느티나무가 다섯자쯤 자라자 할아버지 곁에 가 묻혔다

        아버지는 큰돈을 잡겠다며 늘 허황했다

        광산으로 험한 장사로 노다지를 찾아 허둥댄 끝에

        안양 비산리 산비알집에 중풍으로 쓰러져 앓다가

        터덜대는 장의차에 실려 할아버지 발치에 가 누웠다

        그 사이 느티나무는 겨우 또 다섯자가 자랐다

        내 꿈은 좁아빠진 느티나무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강을 건너 산을 넘어 한껏 내달려 스스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아버지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는 그런 자신이 늘 대견하고 흐뭇했다

        하지만 나도 마침내 산을 넘어 강을 건너 하릴없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아버지 발치에 가 묻힐 때가 되었다

        나는 그것이 싫어 들입다 내달리지만

        느티나무는 참 더디게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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