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일전에 이문학회에서 기세춘 선생님의 <묵자>공부 책거리를 할때에
       초대손님으로 오셨던 신경림 시인의 옆에 잠시 앉아 있었던 기억이있다.

      사람좋은 얼굴로 참 부드러운 느낌을 주던 분이라고 생각되던데...

     "삶의 진실성이 시의 진실성을 보장하고
     시적 진실은 인간적 진실에서 얻어지는 것이기에
     시와 시인을 분리해서는 안된다" 고 어느 대담에서 말씀하셨다.

      복희누님 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 옮겨본다.


          더딘 느티나무


        할아버지는 두루마기에 지팡이를 짚고

        훠이훠이 바람처럼 팔도를 도는 것이 꿈이었다

        집에서 장터까지 장터에서 집까지 비칠걸음을 치다가

        느티나무 한그루를 심고 개울을 건너가 묻혔다

        할머니는 산을 넘어 대처로 나가 살겠노라 노래삼았다

        가마솥을 장터까지 끌고 나가 틀국수집을 하다가

        느티나무가 다섯자쯤 자라자 할아버지 곁에 가 묻혔다

        아버지는 큰돈을 잡겠다며 늘 허황했다

        광산으로 험한 장사로 노다지를 찾아 허둥댄 끝에

        안양 비산리 산비알집에 중풍으로 쓰러져 앓다가

        터덜대는 장의차에 실려 할아버지 발치에 가 누웠다

        그 사이 느티나무는 겨우 또 다섯자가 자랐다

        내 꿈은 좁아빠진 느티나무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강을 건너 산을 넘어 한껏 내달려 스스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아버지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는 그런 자신이 늘 대견하고 흐뭇했다

        하지만 나도 마침내 산을 넘어 강을 건너 하릴없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아버지 발치에 가 묻힐 때가 되었다

        나는 그것이 싫어 들입다 내달리지만

        느티나무는 참 더디게도 자란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65 잠들지 않는 시내 3 조진호 2010.12.20
564 잠못드는 '낡은 진보'의 밤 5 조원배 2008.06.03
563 잡담(雜談) 3 권종현 2005.05.18
562 잣대와 저울 호떡장사 2004.08.29
561 장 마 시인박 2007.06.23
560 장경태선생 게시글 NO.2959를 봐주시오(내용무) 2 장기두 2011.03.18
559 장꺼리 신복희 2003.11.17
558 장맛비 이재순 2008.06.22
557 장맛비 그친 통도사에서 1 이재순 2008.07.27
556 장차현실과 함께 하는 3월 8일 [이명옥의 문화광장] 2 이명옥 2009.03.03
555 장하다 내고향 순천, 축하한다 '선동'아~ 5 정용하 2011.04.28
554 재떨이 209 萬人之下 2006.11.02
553 재래식 변기... 3 김민우 2003.05.08
552 재미와 기쁨 4 김동영 2007.06.12
551 저 개**들 그날이 오면... 3 배기표 2003.03.20
550 저 아래 블랙타이거 님께 5 신복희 2006.09.07
549 저 잘 도착해 건강하게 있습니다 5 장지숙 2003.04.28
548 저녁식사 및 뒤풀이 장소 김세호 2008.02.28
547 저녁식사 인석선배 너른마당 발표 그루터기 2010.12.20
546 저당 잡힌 오늘을 되찾기 위하여( 홍세화씨의 강연을 듣고 ) 이명옥 2007.05.24
Board Pagination ‹ Prev 1 ... 129 130 131 132 133 134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